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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PTVㆍ위성방송 훔쳐 ‘해적 방송’… 中ㆍ베트남 등서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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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PTVㆍ위성방송 훔쳐 ‘해적 방송’… 中ㆍ베트남 등서 기승

입력
2019.12.3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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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톱박스 개조 거의 실시간 방송… 스마트폰 시청 가능 ‘더 활개’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일대에서 국내 인터넷방송(IPTV)과 위성방송을 훔쳐 불법으로 내보내는 인터넷 해적 방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해외 동포들을 상대로 돈을 받고 불법 해적 방송을 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29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업체들의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그대로 해외에 전송하는 불법 인터넷 해적 방송이 아시아 지역에서 늘고 있다. 불법 해적 방송들은 한글로 된 광고를 통해 ‘한국과 동일한 IPTV를 시차 없이 볼 수 있다’며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이용자를 모집하고 있다.

중국에서 불법으로 제공되는 국내 위성방송과 IPTV를 알리는 광고지. 독자 제보
중국에서 불법으로 제공되는 국내 위성방송과 IPTV를 알리는 광고지. 독자 제보

◇지상파 방송까지 해킹해 실시간 IPTV로 제공

원래 IPTV와 위성방송은 해외에서 시청할 수 없다. 국내 IPTV는 외부 이용을 막는 멀티캐스트 기술이 적용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제공하는 각 사의 인터넷 전용선과 셋톱박스로만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IPTV업체들의 인터넷 전용선이 설치되지 않았고 셋톱박스를 판매하지 않는 해외에서는 정상적 방법으로 국내 IPTV업체들의 방송을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불법 해적 방송들은 국내외에서 공모해 IPTV를 훔치고 있다. IPTV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 IPTV 서비스에 가입한 국내 공모자가 불법 개조한 셋톱박스를 이용해 IPTV 방송을 실시간 녹화해 국내 또는 해외에 설치된 중계 서버에 전송한다. 이를 다시 해외 불법 방송업자들이 중계 서버에서 내려 받아 인터넷으로 이용자들에게 보내준다.

이런 방식으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수십 개 각종 채널의 실시간 방송이 시차가 거의 없이 제공된다. KT 기술전략팀 관계자는 “원래 IPTV 셋톱박스는 고화질 영상 녹화를 할 수 없도록 HDMI 보안 장치가 돼 있으나 불법 해적 방송들이 이를 해킹해 사용한다”며 “해킹해서 녹화 압축된 영상은 국내 실시간 방송과 물리적 지연 시간이 불과 10~20초 미만으로 거의 차이 없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IPTV 업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 때문에 국내외 공모를 통한 조직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모와 셋톱박스 개조, 중계 서버 설치 등이 필요해서 개인보다는 조직이 움직일 것”으로 추정했다.

베트남에서 제공되는 불법 IPTV 광고.
베트남에서 제공되는 불법 IPTV 광고.

◇스마트폰으로 제공되는 불법 IPTV, 추적 힘들어

셋톱박스는 주로 국내에서 개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분야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조된 셋톱박스를 가져가면 적은 비용으로 불법 IPTV방송을 할 수 있다”며 “베트남 필리핀에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개조 셋톱박스를 가져가고, 중국에서는 현지인들이 한국의 불법 IPTV 방송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불법 방송들이 국내에서 제작된 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와 인증카드를 빼돌려 해외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해외에서 불법 개조된 셋톱박스로 국내 위성방송을 수신한 뒤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방법을 주로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이를 ‘위성 안테나가 필요 없는 인터넷 방송’이라며 이용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해외 불법 방송들은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에 접속해 불법 방송이 제공한 소프트웨어(앱)나 사이트에서 국내 IPTV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해외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국내 IPTV를 볼 수 있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나 콘텐츠 업체들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

불법 IPTV 이용료는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월 1만~3만원 선이다. 필리핀은 월 1,000~1,500페소(약 3만4,000원), 베트남은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연 390만동(약 20만원, 월 1만7,000원대), 중국은 연 1,000위안(약 17만원)에 제공된다. IPTV 업계 관계자는 “필리핀 마닐라의 경우 지난해 광케이블이 보급되면서 인터넷 속도가 빨라져 불법 IPTV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를 단속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VOD는 불법 제공을 막기 위한 추적 코드가 들어 있어서 IPTV업체들이 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와 기타 채널들의 실시간 방송은 추적 코드가 들어 있지 않다. KT 기술전략팀 관계자는 “실시간 방송은 추적 코드를 넣을 수 없어 해외 불법 방송이 이뤄져도 추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알고 있어 올해 관련업계와 대책을 논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책을 논의했다”며 “해외 불법 방송과 관련해 T사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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