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강정 33만원 거짓주문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성남 분당의 한 닭강정 점포에 주문 들어온 내역서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캡처

여론의 공분을 산 ‘33만원 닭강정 거짓주문’ 사건이 ‘학교폭력 및 왕따 피해’로 알려진 것과 달리 피해자가 대출사기단에 대출받으려다 비롯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건 전모에 대한 의문은 확산되고 있다. 닭강정 가게 점주의 선의가 왜곡된 것도 경찰의 어이없는 해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씁쓸한 뒷맛을 낳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피해자로 알려진 A(20)씨가 이달 중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대출해드립니다’라는 내용을 보고 대출사기단을 찾아가면서다. 대출사기단은 제 발로 들어온 A씨를 나흘 동안 찜질방과 여관 등에 감금하며 재직증명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했다. A씨는 직업이 없어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이후 지난 23일 대출사기단과 은행을 찾은 A씨는 이들이 밖에 대기하고 있는 틈을 타 은행 뒷문으로 도주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A씨의 변심에 화가 난 사기단은 지난 24일 문제의 ‘33만원 닭강정’을 A씨 집으로 배달을 시켰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닭강정 점주 C씨는 유독 한 집에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와 수상히 여겼지만 크리스마스이브 특수라는 생각에 주문을 받고 배달했다.

C씨 부부는 이 과정에서 A씨 어머니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쓴 것이다.

C씨는 글에서 “단체 주문을 받아 배달하러 갔는데 주문자의 어머님이 처음엔 안 시켰다고 하다가 주문서를 보여드리니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며 “어머님은 ‘매장에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전액 결제는 하겠지만, 먹을 사람은 없으니 세 박스를 빼고 나머지는 도로 가져가 달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이어 “저희도 바쁜 와중이라 경황이 없어 세 박스만 드리고 가져왔다”며 “강정은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지만 버리기 아까워 혹시 식은 강정도 괜찮다면 (커뮤니티) 회원들께 무료로 드리고 싶다”고 썼다. 업주는 글을 쓴 뒤 피해자 측의 카드 결제를 강제로 취소했다.

닭강정 33만원 거짓주문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성남 분당의 한 닭강정 점포 점주가 카드 결제를 강제로 취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캡처

이후 C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결코 넘길 수 없었다”며 “공론화가 크게 될지는 예상 못했지만 이런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 꼭 처벌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측과 통화했는데 어머님이 ‘아이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서 이미 300만원 정도 뜯어간 일도 있었는데 아이가 견디다 못해 신고하려 하면서 비롯된 것 같다’고 했다”며 “이를 계기로 집 주소를 알고 있는 가해 청년들이 ‘협박용’으로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내용은 커뮤니티에도 올렸다.

C씨는 글에서 밝혔듯 지난 26일 대출사기를 수사 중인 성남수정경찰서에 ‘가해자들을 처벌해 달라’며 업무방해 혐의로 ‘피해신고’를 접수, 수사가 시작됐다.

C씨의 이런 선의는 경찰의 엉뚱한 해명 탓에 사실이 왜곡됐다. ‘학교폭력, 휴대폰, 300만원 갈취’ 등은 C씨가 부풀리고, 추측에 의한 말이라는 것이다. 사건의 핵심은 알리지 않은 채 C씨의 진술이 허위사실이라고 언급하다 보니 혼선을 빚게 됐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6일 오후 기자들에게 “C씨가 말한 학폭, 휴대폰 임의 개통, 300만원 갈취 등은 오보이면서 허위사실”이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결과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점주이자 제보자(C씨)도 ‘추측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진술했다”며 “명백한 허위사실인 만큼 제목을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허위사실’이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경찰 진술서에 휴대폰과 갈취 등의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은 성남수정경찰서에 알아보라”고 했다.

이에 대해 C씨는 27일 오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너무 많다”며 “선의가 이렇게 왜곡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휴대폰과 갈취 등의 내용에 대해 물어와 통화한 사실이 맞고, SNS에도 관련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며 “다만 경찰이 제 사건과 크게 관여되지 않아 진술서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경찰이 왜 허위사실이라고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C씨는 “제가 잘못한 거라면 당시 신랑이 A씨 어머니를 만났을 때 ‘11살 아래 동생’이라는 말을 했고, A씨의 동생이 굉장히 어리게 보여 A씨가 아직 학생인 줄 알았다”며 “그래서 우리는 당연히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글을 올리고 신고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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