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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입력
2019.12.3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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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 전담 부장 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에 비춰볼 때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권 부장 판사는 이어 “진술 내용 및 태도, 그리고 배우자가 다른 사건에서 구속된 점을 고려할 때 조 전 장관을 구속할 중대성이 인정 된다고 보기 어렵고, 조 전 장관의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하면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상의 결정을 보면 ‘○○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있다고 볼 수 없다’와 같은 표현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얼핏 들어서는 ○○가 있다는 것인지 혹은 없다는 것인지 자칫 혼동하기 쉽다.

그렇다면 판사들은 이 경우에 ‘○○가 없다’라고 간결하게 쓰지 않고 왜 ‘○○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복잡하게 쓰는 것일까? 그 이유는 구속 영장 심사의 경우 검사가 청구한 구속 요건에 피고의 행위가 해당하는지를 판사가 살펴본 후에 결정을 내리는데, 위의 경우 피고의 행위가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 ‘구속할 중대성이 인정 된다’, ‘도망 염려가 있다’와 같은 구속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사가 판단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구속할 중대성이 인정 된다고 보기 어렵다’,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다.

즉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는 표현에서 ‘도망 염려가 있다’는 구속 요건을 말하는 것이고 ‘∼고 볼 수 없다’는 구속 요건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판사의 판단을 말하는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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