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체들, 민식이법 이용해 운전자보험 가입 유도
직장인 A씨는 최근 ‘민식이법’이 언급된 메일을 받아보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식이법과 스쿨존 사고에 관한 정보성 메일일 줄 알았지만 정작 메일을 열어보니 운전자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 메일이었다. 민식이법과 운전자보험이 전혀 관련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식이법으로 ‘낚시’ 광고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운전자보험 관련 업체들이 최근 민식이법으로 보험 상품을 홍보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사고 처벌이 강화된 점을 교묘히 이용해 민식이법의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운전자보험 관련 사이트와 일부 업체들은 민식이법이 통과된 이후 운전자보험 홍보 게시물과 광고 메일 등에 민식이법 단어를 활용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운전자보험 비교사이트를 운영하는 A업체는 최근 ‘민식이법 국회 통과. 대표적인 중과실 사고인 어린이스쿨존 사고 처벌강화 준비 되셨냐’는 제목의 광고 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에 첨부된 이미지를 클릭하면 가입 상담신청을 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연결된다.
A업체뿐만이 아니다. B업체도 최근 유사한 제목의 광고 메일을 보내 ‘요즘 문제되고 있는 어린이 스쿨존 사고, 준비되셨냐’며 운전자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블로그, 카페 등에서 민식이법을 이용해 ‘민식이법, 운전자보험을 확인해 봐야 할 때’, ‘민식이법 통과. 내 운전자보험 합의금은 얼마를 보장해줄까’라며 영업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는 “민식이법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에서는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이상~무기징역,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이상~1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이상~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는데, 형사 책임까지 지게 될 때 합의를 해야 하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담겼다. 표면적으로는 민식이법을 설명해주는 내용이지만, 결국 “지금이 운전자 보험을 제대로 들어야 하는 때”라며 보험 가입 유도로 이어진다.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무기 또는 3년 이상)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에 맞춰 출시한 상품이 아닌데다 스쿨존 사고를 예방하려는 민식이법의 도입 취지와 본질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보험 상품 마케팅이나 악플 세례 등이 민식이법 이슈를 덮어버려 안타깝다”며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 취지와 다르게 민식이법을 영업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운전자 과실로 사고가 나면 책임은 운전자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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