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27일 한일 위안부합의 발표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는 이날 헌재 판결 직후 별도의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헌법소원은 2015년 12월 발표된 위안부합의에 대한 피해자들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2016년 3월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리해 위안부합의 발표가 피해자들의 재산권과 알권리, 외교적 보호를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일 간 합의 안에 “위안부 문제가 최종ㆍ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한다”는 등의 표현이 담기며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권리 등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반면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위안부합의는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심판 청구를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위안부합의는 외교적 합의일 뿐 법적 효력을 지니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헌재의 이날 판결 역시 외교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헌재는 “위안부 합의의 절차와 형식에 있어서나 실질에 있어서 구체적 권리ㆍ의무의 창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일반적인 조약이 서면 형식으로 체결된 것과 달리 위안부합의는 구두 형식”이라며 한국은 ‘기자회견’, 일본은 ‘기자발표’라는 용어를 사용해 일반적 조약의 표제와는 다른 명칭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동의 등 헌법상 조약체결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법적 이행 의무를 갖는 조약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헌재의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위안부합의에 대한 한일 간 긴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합의 이후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 사법부의 헌법소원 각하 결정으로 일본은 기존 주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월 “위안부합의로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합의에 대한 국민 반감이 거센 만큼 실제 이행은 하지 않겠으나, 국가와 국가 간 협상을 통해 이뤄진 외교적 합의를 당장 깨기도 어려운 데 따른 다소 모순적 입장이었다. 결국 “문제가 해결됐다”는 일본과 위안부합의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한국 정부 간 입장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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