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21대 총선 ‘게임의 룰’을 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에서 처리됐지만 자유한국당은 합의한 적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합의가 불문율인가’라는 정치권 공방은 이어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범여권이 “역대로 합의처리 된 전례가 없다”고 주장하자, 자유한국당은 “유신헌법 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합의 처리됐다”고 반박했다.
문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가 중선거구제로 됐다가 다시 소선거구제로 되는 과정에서 전부 제1당이 (선거법을) 날치기로 밀어붙였다”며 “선거구 획정은 여야 합의로 처리했지만, 선거제도는 합의로 처리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과거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선거구제를 뼈대로 한 선거법은 12대 국회였던 1988년 3월 8일 새벽 2시,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민정당 소속이었던 장성만 부의장이 야당의 반대를 뚫고 국회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 의안을 상정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현재의 비례대표제와 유사한 전국구제가 부활했던 상황도 비슷했다. 전국구제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재도입됐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한 선거법은 10대 국회가 해산된 이후 국가보위입법회의(신군부가 설치한 임시입법기구)가 제정한 것이라, 여야 합의처리로 볼 수 없다.
한국당의 주장은 다르다. 한국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최교일 의원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신헌법 때 중선거구제를 도입할 당시에만 국회를 대신한 비상국무회의가 의결을 했다”며 “나머지는 전부 다 합의처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고건 전 국무총리 저서 내용을 근거로 댔다. 고 전 총리가 저서에서“1987년 개헌을 앞두고 선거제도 연구소위원회가 구성됐고,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를 놓고 민정당의 심명보 사무총장, 통일민주당의 황낙주 의원, 평화민주당의 김봉호 의원, 공화당의 최재구 의원 등 각 당 대표들이 모여 협상한 결과 소선거구제로 결론이 났다”는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당시 결국 합의처리 되지 못한 것은 전국구 의원 배분 방식과 부재자 투표제 때문이었다”며 “소선거구제로 가는 것은 다 합의가 됐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의장과 한국당 주장이 교차하는 12대 국회 당시 선거법 개정 과정을 보면 어떤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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