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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하인드] 봄여름가을겨울+빛과 소금, 남은 천재들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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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하인드] 봄여름가을겨울+빛과 소금, 남은 천재들의 책임감

입력
2019.12.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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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친구들을 위해 33년 만에 한 앨범을 만들었다. 이호연 기자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친구들을 위해 33년 만에 한 앨범을 만들었다. 이호연 기자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책임감이 좋은 음악에 담겨 '오래 된,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전해질 전망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빛과 소금 장기호, 박성식은 27일 정오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33년 만에 함께 만든 새 앨범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온(Re:union) 빛과 소금'을 발매했다. 드러머 고(故) 전태관의 1주기를 맞은 이날, 많은 음악 팬들은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봄여름가을겨울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다.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지난 1986년 고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과 함께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로 화려하게 가요계에 등장했다. 여섯 멤버는 가요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단 한 장의 앨범 이후 유재하가 1987년, 김현식이 1990년 세상을 떠나고, 김종진과 전태관은 봄여름가을겨울, 장기호와 박성식은 빛과 소금으로 각각 활동해왔다.

그간 다소 소극적이었던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협업 논의는 지난해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뒤 재개됐다. 이번 앨범 작업은 불과 3주 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종진이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세 멤버 모두 자작곡을 수록하며 30년 넘는 내공을 담아냈다. 33년 만에 한 스튜디오에 모였음에도 이들의 이야기는 울림을 전해줬다.

앨범 발매 당일 기자간담회를 연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지난 3주 간의 작업 중 느낀 "뮤지션으로서 악기를 들고 말이 아닌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행복감을 소개했다. 33년 간 따로 활동하며 구축한 각자의 색깔이 뚜렷했음에도 두 팀은 "듣기 좋은 음악",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낭만"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하나가 됐다.

다시 모인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의 마음 속에서 함께 한 동료들은 전태관, 그리고 김현식, 유재하 등 33년 전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전원이다. 장기호는 "김현식과의 1년 반이 내 30년 음악 인생 중 가장 비중 있게 기록됐다. 그만큼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훌륭한 음악가와 시작을 함께 했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전했다.

그 영향을 이번 앨범 속 음악으로 풀어낸 건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의 책임감이었다. 김종진은 "빛과 소금이 한국 음악 교육의 선봉에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느라 스튜디오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초절정 고수의 실력을 보여줬다. 첫 연주를 듣자마자 '신선', '천재'라고 느꼈다"며 작업 과정을 기억하고 내공을 증언했다.

앨범 소개에는 "그들 곁을 떠나간 뮤지션들에 대한 그리움을 연주하고 노래한 미니앨범"이라고 나와있지만, 이번 '리유니온' 앨범은 '동창회'라는 뜻처럼 이별보다 만남의 의미가 강조됐다. 리메이크 2곡을 '오래된 친구'와 '보고 싶은 친구'로 결정한 것도 "친구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에게 '우리 아직 음악 한다'고 전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여러 방송 섭외를 거절한 대신,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은 음악과 연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성식은 농담 삼아 "내년에는 김현식의 작품을 우리 색깔로 작업해보는 게 어떨까"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김종진은 "리스너 분들이 좋은 느낌을 나눠주신다면 다음에는 정규앨범, 그 다음에는 전국투어로도 이어지지 않을까"라며 기대했다.

뮤지션은 긴 얘기 대신 음악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의 '리유니온' 앨범도 고 유재하, 김현식, 전태관에게 닿을 수 있길 바란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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