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만 19세 이상에게 보장된 대통령ㆍ국회의원 선거권이 만 18세로 낮춰졌다. 법 개정 취지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고, 만 18세가 되면 공무원 시험 응시와 혼인이 가능하고 국방과 납세의 의무 대상이 됨에도 선거권이 없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도 만만치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은 아직 미성숙하다”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 등의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지나친 기우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져도 선거법상 선거권자의 연령은 선거일 현재 기준으로 산정한다. 지금도 생일이 늦은 대학 1학년생들은 총선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해왔던 이유다. 이런 기준에서 실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고3 학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내년에 만 18세가 되는 인구는 대략 49만명인데 이 중 내년 4월 15일 21대 총선 투표권을 갖게 되는 사람은 2002년 4월 16일생까지다. 민주당은 이를 전체의 1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과거에는 12월에 치러져 ‘교실의 정치화 우려’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2017년 5월 9일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서 사정이 확 달라졌다. 앞으로 대선은 정권 인수위 활동 기간 등을 감안해 3월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결국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춰도 총선과 대선에서 실제로 투표하는 건 대부분 대학교 1학년이거나 고졸 출신의 사회 초년생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도 11월 수능 이후 이듬해 선거까지 사회화 과정 4, 5개월을 거치므로 스스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면 고등학교는 완전히 정치판,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별 관심도 없는 고3에게 선거권을 주면 괜한 혼선만 생길 것이라는 인식이다. 만 18세 유권자가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도 과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새내기 유권자의 한 표도 정당을 심판하는 무서운 ‘종이 돌멩이’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제는 만 18세를 깎아내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표심을 어떻게 얻을 건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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