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만에 금호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둥지를 옮긴다. 대내외 악재 속에 새 주인을 찾아간 아시아나항공이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0.77%ㆍ구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의결했다. 거래금액은 총 3,228억원으로, 주당 4,700원이 적용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신주를 발행해 HDC현대산업개발ㆍ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HDC컨소시엄)에 4억3,800만주를 2조1,772억원에 매각키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HDC-미래에셋 컨소시엄과 금호산업 간의 협상도 마무리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조원대의 신주 발행으로 경영정상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당초 800%에서 300%선으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HDC그룹에 속하면서 범현대가와의 시너지 효과 또한 기대되고 있다.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5촌 당숙이다. 현대차그룹은 물론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의 측면 지원도 점쳐진다.
HDC그룹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호텔, 레저, 면세점 사업과 연계한 관광산업 전반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8월에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도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HDC그룹의 몸집도 커졌다.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등을 포함한 6개 자회사가 더해질 경우 HDC그룹의 자산은 20조원대에 달한다. HDC그룹의 재계 순위는 기존 33위에서 17위로 상승한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HDC그룹의 자금 수혈로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초우량 항공사의 경쟁력을 갖출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최근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노선이 축소된 데다, 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LCC)와 진행 중인 ‘출혈 경쟁’에서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장거리 노선 확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5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3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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