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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확장사회를 찾아서

입력
2019.12.2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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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은 양과 음이 동적으로 결합되어 변화한다. 양(陽)이 지배하는 가운데 음(陰)이 싹트고 음의 국면에서 양이 싹트고 있다. 현재를 보는 사람은 투자에 실패하고, 씨앗과 그 미래를 보는 사람은 성공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태극은 양과 음이 동적으로 결합되어 변화한다. 양(陽)이 지배하는 가운데 음(陰)이 싹트고 음의 국면에서 양이 싹트고 있다. 현재를 보는 사람은 투자에 실패하고, 씨앗과 그 미래를 보는 사람은 성공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수축사회가 화두이다. 인구가 줄면서 사회의 여러 부문이 과거의 확장 일로에서 수축 국면으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학교, 군대, 출산 등 많은 부문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수축사회라는 단어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점을 자칫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으며, 사회의 한 단면을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게 할 수도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이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5% 수준에 이르는 대외 지향적 나라다. 내수보다는 해외 수요가 투자와 성장을 견인하므로 해외 수요가 많아지면 경제도 확장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하면 28억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56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장기적으로 1,000만명 감소한다고 걱정하는데 이는 28억 인구의 0.4%가 되지 않는다. 세계인구도 77억명에서 2050년에는 97억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물론 이들 국가의 구매력이 높아야 한다. 다행히 중국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 이르고 매년 6% 이상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이 세계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에는 이제 ‘메이드인 이집트(Made in Egypt)’ 제품이 팔린다. 우리나라는 대외적 확장 환경에 놓여 있다.

둘째, 수축과 확장은 총체적으로 볼게 아니라 각 부문의 구체적인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은 수축되겠지만 전기자동차는 확장할 것이며 따라서 배터리도 확장 부문이 된다. 출산은 줄었지만 유아산업은 고급품 중심으로 확장해 왔다. 생산가능인구는 축소되지만 고령인구 시장은 확장된다. 전통제조업은 축소되지만 신기술산업은 맹렬하게 팽창하고 있다.

과거에도 확장 부문과 수축 부문이 혼재하면서 자리를 바꾸어 갔다. 1999년 말 기준 거래소 시가총액 10위를 보면 1위 한국전력, 2위 KT, 3위 삼성전자, 4위 포스코이며, 그 외 은행이 3개 들어가 있다. 반면 2019년 현재 1, 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며 그 뒤로 네이버,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봇·헬스케어·클라우드 주가지수의 성과는 시장 지수를 훨씬 앞서고 있다.

셋째, 총생산이 아닌 1인당 GDP와 일자리라는 프레임으로 보아야 한다. 이 부문이 확장하면 된다. 국가의 GDP, 즉 총생산이 인구 감소로 정체된다고 해서 그 자체로 사회가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일본은 1인당 소득이 30년 가량 정체해 있으면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이 덫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인구도 인구 감소 관점으로만 볼 게 아니라 심하게 불균형적인 인구 구조와 인구 변화의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인구 감소로 분명하게 수축하는 영역이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사회 전체를 ‘수축’이라는 프레임으로 볼 필요는 없다. 대외 환경의 성장을 보아야 하고, 확장하는 부문에 투자하고, 인구 구조의 불균형적 변화를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수축사회가 온다고 수비로 대응하면 우리는 정말로 수축한다. 잘 수비하더라도 조금 더 연장될 따름이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수축사회를 확장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전 세대의 투자 결과를 자산으로 물려받았듯이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확장 부문에 투자라는 씨앗을 심어 주어야 한다.

태극은 양과 음이 동적으로 결합되어 변화한다. 양(陽)이 지배하는 가운데 음(陰)이 싹트고 음의 국면에서 양이 싹트고 있다. 현재를 보는 사람은 투자에 실패하고, 씨앗과 그 미래를 보는 사람은 성공한다. 국가의 경영도 이와 다름없다. 수축 부문과 확장 부문은 공존하고 있고 우리는 확장 부문에 주목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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