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국내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고 물가 상승압력도 약화되는 등 경기 부진이 예상된다는 진단에서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0%)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른 시일 내 기준금리(연 1.25%)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완화 정도는 주요 리스크 요인과 국내 거시경제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세(2.3%)는 잠재성장률(2.5~2.6%)을 밑돌 것”이라 예상해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갭률’의 마이너스 폭은 소폭 확대될 것이란 게 한은 예상이다. GDP 갭률(실제 GDP와 잠재 GDP 간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비율)이 마이너스 값이면 수요가 공급을 밑도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하다는 뜻으로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다만 세계교역 부진 완화, 반도체 경기 회복,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 등으로 내년도 국내 설비투자 및 수출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 역시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내외의 오름세를 예상했지만 지난해 설정한 목표 수준(2.0%)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경제의 성장세가 개선되고 통화완화 정책 기조 등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미ㆍ중 간 후속 무역협상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ㆍ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이날 함께 내놨다. 기준금리 결정 후 내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금리결정 등 통화정책 방향 회의자료 공개를 확대해 정책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리 이외 국내 금융ㆍ경제 여건에 적합한 통화정책 수단의 활용방안 연구도 강화할 예정이다. 물가안정목표 운영에 대한 개선계획도 언급했다. 한은 측은 “중장기 물가변동 요인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적 운용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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