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홍콩ㆍ신장 내정 발언’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중국 관영 매체가 나흘 만에 반박에 나섰다. “정상회담 발언을 자국의 관심사에 맞춰 전하는 건 당연하다”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청와대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중국에 정식 항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환구시보는 27일 사설 격인 사평을 통해 “양국 지도자가 만났을 때 각국이 중시하는 보도 내용과 세부사항이 다른 건 흔한 일”이라며 “이번 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보도가 달랐지만 일본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협상 이후 양측은 각자 유리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다”며 “한국 일부 언론이 ‘가짜 친구’ 운운하며 중국을 때리고 선동하는 것에 깊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은 동서양의 가치관이 충돌할 때 중국을 공격하며 황홀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한국의 행태는 자작극에 불과하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이어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의 문제점으로 화살을 돌리며 “중국을 가짜 친구라고 비난하는데 그러면 주둔군 비용을 단숨에 5배 올리라는 미국이나, 산업 핵심부품 공급을 차단한 일본은 한국의 친구인가”라면서 “중국은 한국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문제에 지속적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절대적인 무역파트너”라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이 앞서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회담을 마친 뒤 중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홍콩이든 신장이든 모두 중국의 내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발언한 내용을 전했다. 마치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중국의 편을 든 것처럼 비치면서 ‘사대주의’라는 지적마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 주석이 홍콩과 신장 문제를 중국 내정이라고 설명한 반면 문 대통령은 경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홍콩ㆍ신장 문제를 먼저 적극적으로 제기했다”고 선전하며 한국을 깎아내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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