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에서 행정부 실권자인 총리가 지난 1일 반정부 시위에 굴복해 사퇴한 데 이어 대통령까지 사의를 밝히면서 지난 10월 1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라크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살리 대통령은 “신임 총리 후보로 추천된 아사드 알에이다니 바스라 주(州) 주지사를 총리로 지명하지 않겠다”며 “헌법상 대통령은 의회에서 추천된 총리 후보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일부 언론은 그가 이미 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고 고향인 쿠르드자치지역 술레이마니야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그는 시민의 평화를 보호해야 한다며 반정부 시위대가 반대하는 후보를 총리로 지명하느니 사퇴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라크 의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보유한 친이란 정파 ‘파타 동맹’과 누리 알말리크 전 총리의 ‘법치 동맹’이 주도해 구성된 ‘비나 그룹’은 전날 총리 후보로 아사드 알에이다니 바스라 주(州) 주지사를 추천했다. 이라크 최남부 바스라주는 이란과 가까워 이란의 영향력이 큰 곳으로 분류된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최다 의석 정파나 정파 연합은 총리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를 총리로 지명한 뒤 내각 구성권을 보유한다.
알에이다니 주지사가 총리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에 바그다드에서는 25일 밤 시위대가 도로와 다리를 막고 건물을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대응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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