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 구조물 떨어져 맞고 숨졌는데 스페인 정부 ‘나몰라라’
한국인 유학생이 스페인에서 떨어진 건물 외벽의 석재 파편에 맞아 숨진 사고와 관련, 스페인 정부가 무성의로 대처하자 피해 학생 부모가 사태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0일 스페인에는 강한 비와 바람을 동반한 태풍 ‘엘사’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강물 범람과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지는 등의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 있던 유학생 이지현(32)씨는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 6층에서 떨어진 석재 조형물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이씨의 부모는 곧장 스페인으로 갔지만 마드리드 주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치를 떨었다. 5시간을 기다려 판사 영장을 받아 겨우 싸늘하게 식은 딸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 부모는 이후 딸의 시신이 안치된 주 정부 산하 법의학연구소 측으로부터 “딸은 보여 줄 수 없고, 빨리 데려 갈 수 있도록 현지 장례업자를 정해 처리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시신을 아직 찾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스페인 관공서 외벽 구조물이 추락했는데도 주 정부는 자연재해 사고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부모는 분통을 참지 못했다.
부모는 “현지 경찰이 조사의 기본인 증거확보와 현장보존을 하지 않고 외벽 구조물 등 증거를 버리고 현장 사진만 남겨 구체적인 사고 경위조차 알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사고 현장 사진도 정보공개청구를 과정을 거쳐 확인하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당한 이씨 부모는 최근 SNS를 통해 ‘스페인과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올려 관련 사실들을 알렸다. 호소문을 본 네티즌 등은 외교부에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마드리드 주 정부 홈페이지에도 비난의 글을 올리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를 다니던 피해 유학생 이씨는 올해 3월부터 스페인에서 공부하며 의류 브랜드 ‘자라’ 입사를 준비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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