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ㆍ청소년 부문] ‘우주로 가는 계단’ 저자 전수경
40대 중반에 동화작가라는 새 인생의 길을 찾게 된 전수경 작가는 “동화는 좀 더 쉽게, 친절하게 그러면서도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배려의 문학, 비움의 문학”이라고 말했다.

책의 주인공인 지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한다. 집에 가기 위해 매일 20층 계단을 오르내린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디기 위한 지수만의 노력이다. 막막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계단. 하지만 그 계단 끝에서 지수는 평행 우주로 가는 비상구를 만난다. 반복되는 일상의 계단 속에 꿈같은 우주가 숨어 있었던 것. “쓰고 보니 이 책은 저에 대한 위로였어요. 글쓰기와 무관하게 흘려보낸 시간이 결코 의미 없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 주고 싶었나 봐요.”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을 수상한 ‘우주로 가는 계단’은 전수경 작가의 첫 번째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꾼이었던 그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하지만 인생은 반대로 흘러갔다. 고교 시절 이과를 거쳐 생활과학대를 졸업했고, IT 잡지사 기자와 홍보 일을 했다. 글은 썼지만, ‘내면의 글쓰기’는 아니었다. 결혼 이후엔 딸 4명을 외국에서 키우느라 14년간 아무 일도 못했다.

“내 안의 이야기를 너무 쓰고 싶은데 못하니까 마음속에만 담아 뒀죠.” 14년의 묵은 기다림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던 건지, 6개월 만에 첫 책을 써내려갔다.

책은 아픔을 가진 한 아이가 세상으로 한 발짝 나오는 과정을 담았다. 평행우주이론, 만유인력의 법칙, 고리 성운, 빅뱅 등 물리학 개념을 모티브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게 특징이다. “지수가 주변 어른들의 도움을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학은 그런 지수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였죠.”

하지만 그냥 들어도 어려운 물리학 이론과 개념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로 풀어내는 건 자연과학을 전공한 전 작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성경 책 보듯, 각종 과학 개론서를 매일 매일 100페이지씩 읽었어요. 스토리에 딱 들어맞는 이론이 나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라고요.”

엄마의 책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들은 울컥하면서 읽었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딸은 글자 공부만 한 거 같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어려워할 거라는 편견을 깔고 무조건 쉽고, 얕은 이야기만 동화로 전하는 건, 아이들의 사고와 세계를 좁게 가두는 일밖에 안돼요.”

전 작가는 전공을 살려 다음 작품 역시 SF 관련 동화를 구상하고 있다. “지수가 우주로 가는 비상구를 발견했지만,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그러나 지수에게 계단은 이제 전혀 다른 의미의 계단이 됐죠. 독자 여러분들도 지루하고 피할 수 없는 일상의 계단 속에서도 나만의 우주를 찾길 바라요.”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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