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를 타며 안에서 청소하는 미화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내릴 층이 다 되어 뭐라고 인사할지 잠시 고민했다. ‘수고하세요’는 더 고생하라는 뜻이라 쓰기 꺼려졌다. ‘안녕히 계세요’를 쓸까 하다가 좁은 승강기에 계속 있으라는 말 같아서 또 쓰기 어려웠다. 곧 승강기 문이 열리고 미화원이 먼저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목인사만 하고 빚진 마음으로 내렸다. 이럴 때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까?
‘감사(感謝)합니다’와 ‘고맙습니다’는 고마움을 전하는 대표적 인사 표현이다. 1980년대만 해도 방송 뉴스 끝인사로 ‘감사합니다’만 쓰였는데, 어느 순간 ‘고맙습니다’로 바뀌어 지금은 ‘고맙습니다’가 표준어처럼 쓰인다. 그런데 인터넷 카페에서는, ‘감사합니다’가 ‘고맙습니다’보다 약 10배 많이 쓰인다. ‘감사해요’와 ‘고마워요’는 5:3 정도로 ‘감사해요’가 잘 쓰인다. 반면 ‘감사해/감사하다’와 ‘고마워/고맙다’는 1:9의 비율로 ‘고마워/고맙다’의 쓰임이 훨씬 많다. 한자어 바탕의 ‘감사합니다’는 고유어 ‘고맙습니다’에 비해 더 높고 정중한 표현으로 쓰이고 있음을 뜻한다. 방송에서 오래전 극복한 두 말의 무게 차이가 일반 국민들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감사하다’나 ‘고맙다’는 어휘적 의미 차이가 거의 없다. ‘감사하다’는 ‘고마움을 느끼다’ 정도의 뜻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는 ‘감사하다’를 써야 하고 친구나 아랫사람에게는 ‘고맙다’를 써도 된다는 생각은 한자어를 높게 치던 과거의 잘못된 인식 결과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우리 모두 평소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를 열심히 쓴다면 더욱 따뜻한 한국어 공동체가 되리라.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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