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뚫고 계속해서 석탄과 유류를 불법 거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26일 미국의소리(VOA)는 올해 북한 남포항의 석탄 항구와 유류 하역시설에 선박이 최소 100여차례 드나들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산 석탄 수출 전면 금지(결의안 2371호)와 북한 원유ㆍ정제유 수입량 제한(2397호) 등 대북제재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VOA에 따르면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 등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남포항 석탄 항구에 정박한 선박은 최소 71척으로 확인됐다. 12월 한 달 동안만 해도 최소 5척이 항구를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사진을 촬영하지 않은 날까지 감안하면 실제 항구에 정박했던 선박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4일자 사진에서도 각각 길이 150m와 130m의 대형 선박 두 척이 석탄 항구에 정박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 선박은 모두 적재함 덮개가 열려 있는 상태여서, 석탄을 싣거나 내리던 상황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들 선박이 석탄을 실어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로 향했다면, 이는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다.
매체는 남포항의 해상유류 하역시설에 정박한 선박도 최소 47척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올해 4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2~6척의 유조선이 하루 이틀간 머물다 떠났다는 것이다. 앞서 3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남포항에서 해상으로 약 150~200m 떨어진 지점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하며, 북한 유조선이 불법 거래한 유류를 수중 송유관을 통해 내륙으로 운반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의 수출입 주요 거점인 평안남도 남포항은 대북제재 회피 중심지로 알려진 곳이다. 안보리 전문가 패널은 지난 9월 공개한 반기보고서에서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북한산 석탄이 최소 127차례에 걸쳐 93만톤 가까이 수출됐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북한이 불법 환적 등으로 최소 40만 배럴에서 최대 100만 배럴의 정제유를 수입했다고 지적했다. 안보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북한이 수입할 수 있는 정제유는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돼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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