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맞은 국내 1위 주방용품 기업 ‘해피콜’
2002년 홈쇼핑 시장에서 최고의 화제 상품 중 하나는 붕어빵 기계처럼 생긴 양면 프라이팬이었다. 당시 쇼호스트는 생선을 구울 때 옷에 기름이 튀거나 화상을 입는 등 주부들이 그 동안 겪어왔던 불편함을 해소시킬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불과 1시간만에 1만2,800건에 달하는 주문이 쏟아졌다. 2001년 45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02년 450억원으로 열 배 이상 뛰었고, 2004년 500억원, 2018년 1,283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양면 프라이팬은 지금까지 2,000만개 이상이 판매가 됐다.
그렇게 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했던, 지금은 국내 1위 주방용품 업체가 된 ‘해피콜’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대문 시장에서 주방용품점을 운영하던 이현삼 전 해피콜 회장이 차별화된 세계 최고의 주방용품을 직접 만들겠다면서 회사의 문을 연 게 그 때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 주방업계는 수입 브랜드가 휩쓸고 있었다. 국산 제품은 요리할 때 냄새와 연기가 심하고 사방에 기름이 튀는 등 품질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제대로 된 명함을 내밀기 어려웠다.
이 전 회장은 주부들이 생선을 구울 때 튀는 기름에 화상을 입거나 집안 가득 퍼지는 냄새 때문에 생선 요리하기를 꺼린다는 점에 주목해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아이디어는 붕어빵 기계에서 얻었다. 위아래로 열고 닫으며 뒤집어서도 쓸 수 있는 양면 프라이팬을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힘이 부치거나 아이디어가 고갈이 될 때가 반복됐다. 이 전 회장은 그럴 때면 과감하게 외부의 힘을 빌렸다.
실제 아래 위, 두 판을 마주 대는 방식의 양면 프라이팬은 팬 내부 압력을 유지해 열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기름 유출을 효과적으로 막아야 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구현할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할 수 없었다.
이 전 회장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갔다. 특수 실리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다우코팅사와 기술 협약을 했다. 2년의 시간, 비로소 기름, 연기, 냄새가 거의 없고 짧은 조리 시간으로 영양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양면 프라이팬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해피콜은 2008년 다이아몬드 코팅 프라이팬으로 또 한 번 히트를 쳤다. 프라이팬을 다이아몬드 분말을 함유한 나노입자로 코팅해 팬 표면이 쉽게 벗겨지고 식재료가 눌어붙는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했다. 바닥은 두꺼워졌지만, 옆면을 얇게 가공하면서 무게를 오히려 줄일 수 있었다. 이 제품 역시 2015년까지 누적 매출액 2,500억원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15년 8월에 내놓은 초고속 블렌더 ‘엑슬림’ 시리즈도 누적 판매량 97만대, 누적 매출이 3,490억원에 이르는, 또 다른 히트상품이다. 블렌더는 믹서와 비슷하지만 얼음도 순식간에 갈아낼 수 있는 분쇄 능력을 갖춘 기구를 말한다.
해피콜은 2017년 ‘21세기의 황금’이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적용한 프라이팬을 출시했다. 탄소 원자 한 층으로 구성된 나노 구조체인 그래핀은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기존 물질에 비해 월등한 ‘꿈의 소재’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해피콜에 따르면 그래핀으로 표면 처리를 한 프라이팬은 해피콜 제품이 세계 최초일 뿐 아니라, 조리 순간 열전도를 크게 끌어올려 식재료의 신선도를 지켜낼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프라이팬과 냄비 등 주방 용품으로 사업을 시작한 해피콜은 믹싱볼과 밀폐용기 등 주방 기구를 넘어 초고속 블렌더, 에어프라이어, 전기 그릴, 인덕션 레인지 등 주방 가전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대만,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30여개국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올해 해피콜은 요리와 라이프 스타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꾸리는 등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의견 수렴 활동을 확대해 가고 있다. 얼마 전 내놓은 프라이팬 ‘포레스트 우드’는 국내산 왕벚꽃나무를 다듬은 원목 손잡이가 특징인데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해피콜 관계자는 “앞으로 ‘혼밥’이나 ‘혼술’ 등으로 표현되는 음식 문화의 변화에 발맞춰 주력 상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발전시키고 다양한 신제품들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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