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국방장관이 내년 1월까지 입안
서아프리카부터 감축ㆍ철군부터 시작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부아프리카에 주둔 중인 미군의 감축은 물론 완전 철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부진한 ‘테러와의 전쟁’ 대신 중국ㆍ러시아 견제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미군 재배치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미 정부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에 내년 1월까지 철군 및 병력 재배치 계획을 입안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에스퍼 장관의 지시에 대해 “세계 각지에 배치된 수천명의 미군을 재편성하는 글로벌 미군 배치 재검토 계획의 첫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달에 현재 서아프리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의 이동 및 재배치와 관련한 첫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니제르와 말리, 차드 등에 배치된 수백명이 우선적 감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억1,100만달러(약 1,290억원)를 들여 새로 건설한 니제르의 무인항공기(드론) 기지를 포기하는 것과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에서 무장단체들과 싸우고 있는 프랑스군에 대한 지원 중단도 논의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간 에스퍼 장관은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필요성을 수 차례 거론해왔다. 앞서 지난 10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해외 주둔 사령관들에게 국가 안보전략의 최우선순위에 있는 중국ㆍ러시아 견제를 위해 시간과 비용, 병력을 마련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끝나지 않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공약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서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중동과 남미 등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병력 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에스퍼 장관은 이라크 내 미군 병력을 현재 5,000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만3,000명 가운데 4,000명을 감축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피력했다. 다만 국방부 내부에서도 미군 감축이나 철수 조치가 되려 다른 열강에 세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유럽 각국으로의 난민 유입을 급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신 해외주둔 병력이 기존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증강되는 국가에 대해선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단적인 예다. 미국은 내년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분담금 인상 폭을 올해 대비 5배나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선 이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3,000명을 추가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수십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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