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의 성탄절 풍경은 대조적이었다.
25일 하루 전국 성당과 교회 등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와 예배가 이어지는 동안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선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정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가 열렸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예수가 세상에 전한 사랑과 소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눴다.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해 온 세상에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을 인용하며 “오늘날 세상에서 자신에게만 유용하고 득이 되는 것만을 찾는 세속적 태도는 결국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재물의 노예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조화롭고 인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도 사랑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사흘째 이어졌다. 5시간 50분으로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를 기록한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비례 한국당이 무섭지 않냐. 두렵지 않다면 우리는 비례 한국당으로 과감히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반면 선거법 개정안 찬성토론에 나선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한국당이 스스로 대화의 문을 닫고 어떤 형태든 제도 개선에 응하지 않아 오늘의 이 상황을 초래했다”며 “야당이 국회의 권리를 스스로 내던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는 토론자로 나선 의원뿐 아니라 자리에 앉은 의원들이 의사진행에 항의 표시를 하면서 때때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염두에 둔 듯 염 추기경은 "사회와 국민의 삶을 다루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지도자들은 특히 자신들의 이익보다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며, 가장 약하고 상처받고 힘없는 이들의 대변자가 되어 주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염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극진하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하며,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소망으로 성탄 메시지의 끝을 맺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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