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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vs ‘필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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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vs ‘필리 크리스마스’

입력
2019.12.2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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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명동성당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 낮 미사’가 열려 한 신자가 기도하는 동안 아이가 미사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왼쪽). 같은 시간 국회에서는 사흘째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져 문희상 국회의장이 피곤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고영권 기자ㆍ뉴시스
성탄절인 25일 명동성당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 낮 미사’가 열려 한 신자가 기도하는 동안 아이가 미사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왼쪽). 같은 시간 국회에서는 사흘째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져 문희상 국회의장이 피곤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고영권 기자ㆍ뉴시스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고영권 기자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고영권 기자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김종대(왼쪽) 정의당 의원과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김종대(왼쪽) 정의당 의원과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언쟁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2019년 대한민국의 성탄절 풍경은 대조적이었다.

25일 하루 전국 성당과 교회 등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와 예배가 이어지는 동안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선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정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는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가 열렸다.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예수가 세상에 전한 사랑과 소망의 메시지를 함께 나눴다.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해 온 세상에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을 인용하며 “오늘날 세상에서 자신에게만 유용하고 득이 되는 것만을 찾는 세속적 태도는 결국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재물의 노예로 전락시킬 뿐 아니라 조화롭고 인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 나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도 사랑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국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사흘째 이어졌다. 5시간 50분으로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를 기록한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비례 한국당이 무섭지 않냐. 두렵지 않다면 우리는 비례 한국당으로 과감히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신자들이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신자들이 줄 지어 기다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자유한국당 의석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손팻말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자유한국당 의석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난하는 손팻말 붙어 있다. 연합뉴스

반면 선거법 개정안 찬성토론에 나선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한국당이 스스로 대화의 문을 닫고 어떤 형태든 제도 개선에 응하지 않아 오늘의 이 상황을 초래했다”며 “야당이 국회의 권리를 스스로 내던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는 동안 본회의장에서는 토론자로 나선 의원뿐 아니라 자리에 앉은 의원들이 의사진행에 항의 표시를 하면서 때때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정치권의 극한 대립을 염두에 둔 듯 염 추기경은 "사회와 국민의 삶을 다루는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지도자들은 특히 자신들의 이익보다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며, 가장 약하고 상처받고 힘없는 이들의 대변자가 되어 주기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염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극진하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하며,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는 소망으로 성탄 메시지의 끝을 맺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염수정 추기경이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성탄 대축일 낮 미사에 들어서며 신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염수정 추기경이 성탄절인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성탄 대축일 낮 미사에 들어서며 신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바티칸 바실리카 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 아기 예수 형상에 입 맞추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바티칸 바실리카 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 아기 예수 형상에 입 맞추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료를 화면에 띄워 달라며 의장단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료를 화면에 띄워 달라며 의장단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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