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운영하는 콜센터와
‘지지 호소 전화 발신’ 계약
임금 착취 논란까지 일어
내년 치러질 미국 대선판에 뛰어든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77) 전 뉴욕시장이 선거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잇단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비난에 휩싸인 데 이어 교도소 수감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도덕성 문제가 겹치면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디인터셉트는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측이 프로컴이라는 콜센터 회사와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프로컴 콜센터 중 한 곳이 오클라호마 주립 교도소에서 운영되는데, 이 곳 죄수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는 주장에서 불거졌다. 재소자들이 후보 캠프를 대신해 유권자들에게 블룸버그 지지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노동력을 착취한 정황도 엿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프로컴은 죄수들에게 오클라호마주 법정 최저시급인 시간당 7.25달러를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 교정국 홈페이지에는 “재소자들은 한 달에 최대 20여달러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규정대로라면 재소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고 선거운동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교도소 인권 문제를 다루는 프리즌리걸뉴스의 알렉스 프리드먼 편집장은 “교도소 노동을 이용하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540억달러(62조8,000억원)에 달하는 블룸버그의 자산 규모와 대비돼 더 큰 충격을 준다. 그의 선거캠프는 지난달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 이래 7,600만달러 이상의 TV광고비를 지출했다. 페이스북과 구글 광고에도 1,300만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이미 블룸버그는 수천만달러를 들여 선거운동에 쓰일 비밀 디지털 기업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 CNBC방송은 전날 “블룸버그가 올 초부터 ‘호크피시’를 설립해 선거운동에 필요한 디지털사업과 기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은 호크피시의 실체를 블룸버그 측이 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나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창구로 보고 있다. 실제 호크피시의 사무실이나 웹사이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룸버그 캠프는 죄수 동원 사실을 몰랐고, 콜센터 계약도 해지했다고 해명했다. 호크피시 비밀 운영 논란 역시 “사업체 주소는 서류를 받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룸버그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민주당 주요 대선 후보들과 현격한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비윤리적 행태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대선 가도는 더욱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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