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얻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다녀오다 사고를 당했다면, 이 역시 별도의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장낙원)는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에 다녀오다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업무와 관련해 난청, 이황화탄소 중독 등의 질병을 얻었다가 1992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그는 이후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이 치료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병원에 다녀오다 넘어져, 땅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입어 숨졌다.
이에 A씨의 유족은 “A씨가 이황화탄소 중독중으로 평형 감각이 좋지 않았다”며 “이 사고 역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공단 측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므로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기존 업무상 재해와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망하기 3개월 전부터 두통, 호흡곤란을 호소한 것이나, 가끔 난청과 어지러움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과 A씨의 과거 업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위험이 업무 수행 자체에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업무상 재해를 치료하는 과정에 따르는 위험까지도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그 업무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재해(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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