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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위험 높이는 우울증… “절대 혼자 낫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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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위험 높이는 우울증… “절대 혼자 낫지 않습니다”

입력
2019.12.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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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말이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말이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고도 낫는 병이라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입니다. 병원에 가면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우울감이 ‘감기’라면 우울증은 ‘골절’이나 마찬가지인데도요. 그렇게 부러진 상태에서 경기에 나가니 직장에서, 학교에서, 개인적 관계에서 실패를 거듭하죠. 하지만 그게 우울증이란 부상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요. 그게 자신의 상태라고 여기니 상황은 계속 악화됩니다.” (이명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

지난 24일 대구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연말연시에도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가슴 아픈 소식이 계속되면서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신경정신과적 문제는 2017년 전체 자살 동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31%)을 차지할 정도로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높은 까닭이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특별한 일로 취급하는 한국 문화 탓에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던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려면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이 병원을 찾아가기 쉬운 문화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 한국일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연령표준화자살률 -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연령표준화자살률 - 송정근기자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은 저절로 치료되기 어려우니 반드시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해 나타나는 뇌 질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적인 운동과 능동적 활동이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물 치료 없이는 이러한 활동이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명수 이사는 “항우울제를 복용해 뇌내 세로토닌 균형을 회복한 상태에서 우울하지 않은 상태로 세상과 소통하는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소통과정에서 누적된 열등감 등 부정적 감정이 성격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로 우울증이 의심될 때 즉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이달 공개한 ‘2019 국민 정신건강지식 및 태도조사’에 따르면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이나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타인과 상담하거나 병원을 방문했다는 국민은 22%에 그쳤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심각하지 않아 그냥 놔두면 나아질 것 같아서’(39%), ‘정신질환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서’(20%) 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우울증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자살 생각을 하게 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2019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자살 생각이 없다가 생길 확률은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16.7%)가 그렇지 않은 경우(0.9%)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자살 생각이 지속될 확률 역시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34.8%)가 그렇지 않은 경우(8.5%)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우울증을 스스로 점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네이버 포털에서 ‘우울증’을 검색하면 나오는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의 ‘우울증’ 항목에서 자가진단을 해보는 것이다. 20가지 질문에 답변한 결과, 총점이 16점 이상이면 우울증이 의심된다. 이 검사는 커다란 뜰채처럼 단순히 우울할 뿐인 사람까지 폭넓게 찾아내지만, 이렇게 찾아낸 사람 가운데는 정말 우울증 환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 이사는 “우울증은 감기가 아니라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부상”이라면서 “자가진단에서 의심 소견이 나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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