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성탄절을 맞아 전 세계 분쟁ㆍ갈등 지역의 평화를 기원하고 고통 받는 어린이와 이민자들에 대한 보호를 호소했다. 전날 성탄전야 미사에서는 가톨릭 사제들의 잇단 성추문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도 내놓았다.
AP통신과 바티칸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정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발표한 성탄 경축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계에)'에서 "인간의 마음 속에는 어둠이 있지만 그리스도의 빛은 그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와 지정학적, 생태적 갈등도 그리스도의 빛을 이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내전과 정정불안, 경제난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국가로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베네수엘라 등을 하나하나 언급한 뒤 안정과 번영을 기원했다. 특히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을 겪는 중동의 어린이들”을 각별히 챙겼고, 아프리카의 종교박해에 대해서도 "신앙을 위해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해달라"고 했다.
이민자들을 위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교황은 “인간다운 삶을 희망하며 이민길에 오른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무관심의 벽'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막과 바다가 이민자의 공동묘지가 되는 것은 불의"라며 "말 못할 형태의 학대와 노예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고문을 견디도록 강요하는 것도 불의"라고 비판했다.
전날 성탄전야 미사에서 교황은 "성탄절은 하느님이 최악의 모습까지 사랑하신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이웃에 선행을 베풀기 전에 그들이 먼저 베풀기를, 교회를 사랑하기 전에 교회가 완벽해지기를,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전에 그들이 존중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먼저 시작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아이들에게 관해 심사숙고하고, 하느님의 부드러운 사랑에 사로잡히게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아동 성학대 사건 등 가톨릭 교회의 문제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최근 미국, 호주, 칠레, 폴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과거에 저지른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와 성 학대 은폐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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