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탄 전야인 24일에도 홍콩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침사추이(尖沙咀) 등 주요 관광지의 쇼핑몰과 주변 거리를 점거하고 “홍콩 해방” 등 구호를 외치며 민주화를 요구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색 옷과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일부는 산타클로스 모자나 순록 뿔 모양의 머리띠 등 성탄 관련 장신구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에 폭동 진압 경찰이 출동,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면서 평화롭던 성탄 전야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하버시티의 쇼핑몰에서는 시위대에 포위된 사복경찰이 후추 스프레이와 곤봉을 휘두르자 분노한 시위대가 우산 등 물건을 던지며 맞섰고, 경찰은 총을 겨누며 이들을 무더기 체포했다. 달아나던 한 참가자가 쇼핑몰 2층에서 1층으로 떨어지는 장면도 목격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쇼핑몰 점거집회 이후에는 거리에서 과격 충돌이 계속됐다. 일부 시위대는 망치로 신호등을 부수고, 보도블록을 뜯어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최근 홍콩 시위 관련 계좌를 동결한 HSBC 은행과 친중 재벌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 점포도 공격 대상이 됐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수 차례 발사했으며 화염병을 던져 대응한 시위대도 있었다고 통신들은 보도했다. 홍콩 시위대는 성탄절 당일과 새해 첫날인 내달 1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탄 메시지를 올려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10초 분량의 영상에서 람 장관은 “크리스마스는 기쁨의 날”이라며 “홍콩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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