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1년 4개월 만에 정상회담
최악 달했던 한일관계 해빙 무드
강제징용 문제는 접점 못찾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올해)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나가자”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 대한 양국 입장 차이는 여전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원칙을 확인하는 등 지난 1년여간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계기 회담 이후 15개월 만에 열린 양국 정상회담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에 대한 보복용으로 일본이 실시한 수출규제 조치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수출규제 관련 조치의 완전한 회복을 말하며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7월 자국 기업이 한국에 수출하려는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8월엔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양국 관계가 얼어 붙었다.
아베 총리는 “3년 반 만에 열린 (한일 당국간)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당국 간 대화를 유지해나가자고 말했다. 20일 3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완화에 이은 추가 조치를 약속하진 않았지만, 문제 해결 필요성엔 공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도 “자발적 조치를 한 것은 나름의 진전이고, 대화를 통한 해결의 성의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고 대변인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부(副)장관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고, 조기에 해결하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회담은 45분 동안 진행됐다. ‘한일관계 악화 이후 처음으로 서로의 입장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한 것이 성과’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는 이웃이고 서로의 관계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실무 협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독려하자”고 강조했다. 한일관계 회복을 위해 양 정상은 정치 및 경제계를 포함한 인적 교류를 확대해나기로 했다.
1박 2일간의 중국 방문을 마친 문 대통령은 24일 밤 귀국했다.
청두=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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