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유통단지] <상> 지난달 20일 ‘지구단위계획 변경’ 최종 확정 고시… 판매 품목은 물론, 문화‧집회시설 등 확대 허용 상>
※1993년 물류시설 현대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대구 북구 산격동에 국내 최대 규모 원스톱 테마상가 ‘대구종합유통단지’가 조성됐다. ‘유통산업 메카’를 향한 포부와 달리 대부분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유통단지 입주가 시작된 1997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곳은 낡은 규제와 열악한 교통 인프라, 부족한 인구 유입으로 침체된 것이다. 이곳 유통단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대구시는 지난달 20일 ‘종합유통단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최종 확정 고시했다. 단지 조성 후 20년 넘게 묶여 있던 판매품목과 편의시설, 용도변경 제한이 풀린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종합유통단지에 대대적인 변화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유통단지는 섬유관 의류관 전자관 전자상가 산업용재관 전기재료관 전기조명관 7개의 공동관과 기업관 철강물류 일반물류 3개의 개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날 고시로 7개 공동관은 문화 및 집회시설, 500㎡ 미만의 놀이형 시설, 자동차관련시설 등 용도가 확대됐다.
의류관과 전자관에는 3,000㎡미만의 대형슈퍼가 허용되고, 전자관에는 자동차 매장을 열 수 있게 됐다. 의류관에도 제한적이지만 모든 층에 휴게음식점이 허용됐다. 섬유‧의류관은 각각 섬유와 의류 제품 판매만 허용되던 것에서 탈피해 50% 미만 선에서 상호 판매가 허용됐다. 이들 2개관은 그동안 판매품목이 비슷해 아이템 확대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개별관인 기업관은 문화 및 집회시설, 노인 및 유아용 시설, 운동시설, 방송통신시설, 일반물류관은 사무소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 철강물류관에는 창고시설 취급품목이 확대되었다.
김해일 의류관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장기간 경기침체로 현재 의류관 시세가 20여년 전 분양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유통단지 활성화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오랜 요구 끝에 2017년 3월17일 착수보고회가 열렸다. 2년9개월간 대구경북연구원 전문가 자문과 중간보고회, 도시ㆍ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이 진행됐다. 2018년 1월 시작한 건축물 용도 조정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끝날 정도로 관별 입장 차가 컸다.
결정안에 대한 반발도 있었다. 전기재료관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최종 확정까지 한 달 가량 관 건물 앞 거리에 ‘대형점포 임대사업자 배불리는 종합유통단지 도시관리계획 웬말인가’라는 내용의 현수막 10여 개를 내걸고 반대 입장을 뚜렷이 했다.
최명국 전기재료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무분별한 영역 확장은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두에게 좋지 않다”며 “각 관의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전문성 넘치는 사업이 더 추진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대구시와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은 지구단위계획 변경 고시를 계기로 대구종합유통단지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경식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대구시와 북구는 물론, 관별 이사장의 협조와 지원 덕에 숙원 사업이었던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수 있었다”며 “합의 과정에 갈등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구종합유통단지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발판으로 새롭게 도약할 일만 남았다”고 말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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