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자리, 지역에서 앞장섭니다] <3>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청년몰
“음식점 창업이라고 해서 요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세무부터 하다못해 재료 관리까지 알아야 할 게 정말 많아요. 그런데 예비청년상인에게 창업과 관련된 심화교육은 물론 임대료 지원까지 해주는 사업이 있다고 해 도전했죠.”
국내 5성급 호텔 내 중식당에서 일하던 정봉우(34)씨는 최근 ‘내 이름을 내건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이뤘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청년몰’에 중식당 ‘봉차우’를 열면서다. 그는 월 매출 1,100만원을 올리는 어엿한 사장님이다.
23일 찾은 청년몰은 청년들에겐 창업의 기회를, 생긴지 70년 넘은 전통시장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 동대문구가 경동시장 한복판 비어있던 건물 3층에 지난 8월 30일 연 청년상생공간이다. 놀고있는 공간을 청년상인에게 내줘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주민에게는 쇼핑외식문화생활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곳에는 한식, 중식, 분식, 디저트 등 식음료와 가죽공예, 플라워카페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20개 상점이 들어서있다. 경동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 윤석경 총무는 “식당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없어 문화공간도 넣었다”며 “상권 특성상 평일에는 시장 상인과 주변 직장인을, 주말에는 인근 아파트단지에 사는 가족단위 방문객과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3,4번은 청년몰에서 ‘혼밥’을 하는 시장 상인 김종근(76)씨는 “한끼에 7,000원 정도면 비싸지 않고 맛도 있다”며 “메뉴가 다양해 이것저것 골고루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제 청년몰은 하루 평균 500여명이 방문하는 지역 명소가 됐다.
그 바탕에는 체계적이고 꼼꼼한 지원이 있다. 이곳 청년상인들은 7개월간의 창업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3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었다. 기업가 정신부터 상권ㆍ고객 분석, 사업계획 수립, 자금 조달, 아이템 분석, 브랜딩 등 창업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청산제과’를 운영하는 청년상인 대표 이지은(35)씨는 “면접만 8시간에 3주간 합숙교육까지 받는 교육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며 “그 당시 영상 찍는 법을 배워서 제품 홍보 영상을 만드는 등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2년간의 임대료 지원과 인테리어, 마케팅ㆍ홍보 등까지 이들 청년상인을 지원하는 데 총 15억원이 투입됐다. 구는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하고, 온라인 판매를 독려할 계획이다. 내년에 바로 옆 건물에 다목적 공연장이 문을 열면 특히 젊은층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루 평균 1,000명(일 평균 매출 100만원)이 찾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음식도 맛이 좋고, 문화상점의 제품들도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청년상인들이 전통시장에서 기반을 닦고 점차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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