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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반도 12월 위기의 두 여백

입력
2019.12.2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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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국방력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2019년 12월 한반도는 다시금 전쟁위기에 근접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말과 행동의 공방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서로의 오인 때문에 발생하곤 했다. 12월 3일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약 6시간이 지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에 비유하고 가정법을 썼지만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을 언급했을 때가, 공방의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소망적 사고를 비켜 간다. 그러나 소망적 사고도 현실에서 싹트고 있는 맹아에 기초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은 4일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의 담화로 대응했다. 두 지도자의 “친분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자국의 보유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 아니다”라고 받았다. 말의 공방은 무력시위와 함께 갔다. 북한은 8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키는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에 전략은 핵과 동의어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실험이었을 것이지만, 북한은 실험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대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국내정치 일정에 이용한다는 북한의 반발이 나온 후였다.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섬뜩한 발언은 10일이었다. 북한은 13일 다시금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강화하는 실험을 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 다시 등장해, “힘의 균형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진정한 평화”가 있다는 미국식 국제정치이론까지 동원했다. 물론 대화도 대결도 “낯설어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미군 정찰기들이 한반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20일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 “오늘 밤에라도 싸워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면서도, “외교의 길”이 열려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숫자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북한은 22일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열어 “자위적 국방력”의 강화를 논의했다. 이즈음 미군이 보유한 최강의 정찰기 글로벌호크가 한국에 수입되었다. 12월 위기는 한반도 안보 딜레마의 재연이었다.

극한의 공방 속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상상하게끔 강제하는 두 사건이 있었다. 첫째, 9일 제74차 유엔총회가 채택한 2020년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개최되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군사적 분쟁을 중단하는 휴전결의안이다. 2017년 11월 제72차 유엔총회에서 통과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평화, 발전, 관용, 이해의 분위기”를 만드는 2018년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의 휴전결의안은, 한반도 평화과정의 재개를 가능하게 한 규범적 동력이었다. 도쿄올림픽 휴전결의안에는 2022년 베이징올림픽을 염두에 두면서, 한중일 “삼각 동반자관계”의 향상이 담겼다. 2020년 북한의 핵·미사일실험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쌍중단에, 일본발 평화과정의 기여를 생각하게끔 한다. 북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함께다.

다른 하나의 맹아는, 12월 초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보내는 ‘시베리아의 힘’을 개통한 중러가, 13일 미중 무역전쟁을 봉합하는 합의를 한 이후인 17일 대북제재의 완화와 6자회담의 재개가 담긴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사건이다. 미국에 대한 설득을 필요로 하는,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려는 중러의 대안이다. 북미갈등을 제어하려면, 북미 사이에 교환의 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국이 12월 위기 이후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이 두 계기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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