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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일보 신춘문예] 다양해지는 창작 시선…영리한 변주 눈에 띄어

입력
2020.01.01 04:40
수정
2020.01.0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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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부분 심사평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위원인 박해성(왼쪽), 문삼화 연극연출가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위원인 박해성(왼쪽), 문삼화 연극연출가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올해 신춘문예 희곡심사는 희곡을 ‘공연을 전제로 한 설계도’로 보는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과 가능성의 유무를 중요한 요소로 보았습니다. 또한 주제와 소재 면에서 얼마나 작가의 독창적인 시선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독창적인 언어로 구현해냈는지에 집중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담아내는 새로운 희곡과 연극 형식에 대한 구체적이고 완성도 높은 제안에 기대를 가지고 심사에 임했습니다.

2020년도 응모작들은 청년들의 구직난과 경제생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SF 등 몇몇 소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긴 하였으나 예년에 비해 주제와 소재가 비교적 고르게 다루어져 점차 창작의 시선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형식의 다양성과 영리한 변주를 보이는 몇몇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단순히 장면의 재현을 기술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형식적 장르적 전형성을 자유롭고 예리하게 넘나들고 교직하여 작가의 시선과 의도를 명료하게 구현하는 사례가 보였습니다.

이러한 과정 끝에 심사위원들은 이홍도 작가의 ‘컬럼비아대 기숙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동양인 임산부와 현장에서 도주한 동양인 남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지나치게 짧은 보도기사’를 반갑게 발견했고, 기꺼이 올해의 신춘문예 희곡작품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의 세계와 작가 자신의 삶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동시대 창작자로서의 자기참조뿐 아니라 희곡과 연극, 예술과 문화권력, 심지어 신춘문예에 대한 참조까지 작품 안에 녹여내는 과감한 메타연극의 설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창작자로서의 막막함과 혼란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여러 층위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구조와 구성의 경쾌함으로 연극의 유희적 균형을 맞추는 영리함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대 연극의 형식적 진화를 희곡의 영역으로 구현해냈다는데 큰 미덕이 있었으며, 문학적인 면으로도 희곡의 다양한 형식적 진화에 좋은 징조로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쉽게도 최종 선정되지는 않았으나 길게 논의되었던 작품으로는 ‘누군가의’가 있었습니다. 정교한 대화와 행동, 장면전개를 통해 인물들의 섬세하고 치명적인 심리변화에 몰입하게 되는 높은 완성도의 연극을 설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상화와 소재주의의 위험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청소년을 응시한 작가의 깊은 시선이 돋보였습니다.

연극연출가 문삼화, 박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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