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이를 길거리에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미혼모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생부로 추정되는 남성은 물론 주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혼자 출산한 점과 정신적 충격이 크고, 방치했다가 다시 되찾아 보육시설로 보내려 하는 등 계획적 범행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는 2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등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3월 초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과의 사이에서 임시한 아이를 가족 몰래 출산한 뒤 인천 미추홀구 한 주택가 화단에 태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출산 직후 겁이 나 아이를 유기했다가 6시간 뒤에 다시 찾아 동네 근처 보육시설에 데려갔지만 문이 굳게 닫혀 아이를 재유기 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버려진 아기는 다음날 한 행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저체온증으로 끝내 숨졌다. 당시 인천의 평균기온은 6도 안팎이었다.
경찰은 골목길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범행 닷새 만에 A씨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남성에게 전화를 걸어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내 아이가 아니다’는 말을 듣고 혼자 출산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기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의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해 숨지게 했다”며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은 생부로 생각되는 이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가족들로부터 비난 받을 게 두려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 출산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중에도 보육 시설을 검색하고 실제로 보육 시설에 찾아간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미혼인 피고인이 출산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