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올해 달 뒷면에 탐사선을 보냈고, 내년에는 인공태양을 가동하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중국 과학계도 가짜뉴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협회는 최근 ‘올해 10대 유언비어’를 발표하며 “현혹되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
①‘5G 기지국 전자파가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는 전자레인지나 TV와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현대 무선통신기술은 기지국이 많을수록 통화 성능이 향상되는 반면 휴대폰과 기지국 간 전자파는 줄어든다.
②‘고속철은 방사능이 심각하다.’ 2만5,000V의 고압 전자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사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병원 X레이와는 전혀 다른 성질이며 지하철과 별 차이 없다”며 측정 수치를 공개했다.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다.
③‘혈압약을 오래 먹으면 사망 위험이 커진다.’ 고혈압 환자 절반 이상이 심장과 콩팥 문제로 숨지는 것이 강압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중국 의료계는 “강압제는 장기 손상을 막기 위해 복용하는 것”이라며 “중독성 또한 없다”고 반박했다.
④‘전자담배는 해롭지 않다.’ 타르 성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담배 중독을 유발하는 니코틴이 들어 있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740만명이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중국은 심지어 초등학생들마저 피우는 지경에 이르자 온라인 판매를 금지했다.
⑤‘굶으면 종양을 굶겨 죽여 노화를 늦춘다.’ 체내에 영양분이 없으면 세포가 유해한 물질을 먹어 치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양섭취가 불량한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종양 발생률이 더 높고 치료와 회복이 훨씬 더뎌진다.
⑥‘임산부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안 된다.’ 태아 기형을 초래한다는 우려다. 하지만 독감 백신은 저항력을 높여 임산부에게 도움이 된다. 오히려 독감 유행기에 임산부가 입원하면 사망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한다.
⑦‘우울증은 병이 아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의지 부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현대사회의 흔한 정신질환으로 환자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속히 치료받고, 사회는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⑧‘저염식은 건강에 해롭다.’ 위산의 분비를 줄여 소화를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중국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는 9~10g으로, 권장량(5~6g)을 웃돈다. 빵, 고기 등 대부분 음식에도 염분이 들어있다.
⑨‘근시는 치료할 수 있다.’ 재활ㆍ치유 등의 홍보문구를 내건 불법 의료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6개 부처 합동으로 “근시는 교정일 뿐 치료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 14억명 인구 가운데 6억명 가량이 근시다.
⑩‘가스통에 불이 나면 먼저 불을 꺼라.’ “밸브부터 잠그면 가스통이 폭발한다”는 소방훈련 동영상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밸브를 잠그면 산소가 차단돼 불이 꺼진다. 다만 가스통이 눕혀진 경우 불부터 끄지 않으면 폭발할 수도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