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서 최근 10년 동안 한 일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일일 것이다. 평소 말과 글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제 짜장면 써도 된대!”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대체 짜장면이 뭐라고 그전까지는 그렇게 맞지 않는 표기라고 해 왔던 것일까.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우리는 맞고 틀림을 따지곤 한다. 그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우리나라의 4대 어문 규범(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다. ‘짜장면’이 틀린 표기였던 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분명 ‘짜장면’을 많이 쓰고 있었다.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에 ‘틀린 것’으로 보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실제 언어 사용 양상을 반영하는 것 중에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일까.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배경에는 ‘규범과 실제 언어 사용의 차이로 인해 생겼던 언어생활의 불편을 해소한다’라는 부분이 컸다. 그리고 그 후로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어생활과 규범 사이의 괴리를 줄여 나가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많이 쓰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꼭 맞는 것으로 인정할 수만도 없다. 언어는 계속해서 변하지만 동시에 그 언어를 쓰는 구성원 간의 약속이기도 하다. 개인에 따라 시대에 따라 언어가 조금씩 변하는 속에서도 언어가 그 사회의 약속으로 작용하여 구성원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도록 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규범과 실제 언어생활의 사이에서 그 차이를 줄여 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줄타기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모든 고민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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