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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일보 신춘문예]“서툴고 겁 많고 느린 아이들 어루만지는 글 쓸게요”

입력
2020.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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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부문 차혜련씨 당선소감

2020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차혜련씨
2020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차혜련씨

동화가 좋아서 무작정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배짱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면 시작할 마음도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동화를 읽고 책장을 덮을 때마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내 속에 있던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랐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어떻게 끄집어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습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쓰는 일이 놀랄 만큼 어려웠습니다.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움츠러들었습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매번 속이 텅 빈 제 글들을 보면 몹시 슬펐습니다. 의욕만 앞서서 달려들었지만 투고할 만큼 제대로 맺은 글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겨울에는 그만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재능 있는 사람들과 온 힘을 다해 글을 쓰는 습작생들이 별처럼 많은데… 다 내 욕심이었던 거야.’

그런데 이번엔 동화가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당선전화를 받고 실감이 안 나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당선소감에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기쁩니다. 부끄러워서 어디에도 마음 편히 낼 수 없던 글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두렵고 설렙니다.

거칠고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정진하라는 뜻으로 알고 성실하게 쓰겠습니다. 저는 자기표현을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눈이 갑니다. 매사 서툴고 겁이 많고 느린 아이들, 삶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마음이 갑니다. 저도 어릴 때 그런 시기를 겪었으니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정해왕 선생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를 묵묵히 지지해준 가족들과 친구들, 남편 김재우 님과 아들 김상윤 군 사랑합니다. 힘들 때마다 서로 위로하며 울고 웃었던 소중한 글벗들도 잊지 않겠습니다. 세상에 있는 동화작가님들을 존경합니다. 어렵고 값진 길을 함께 걷게 되어 영광입니다.

차혜련

△1974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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