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슈퍼데이’ 결의에 긴급소집령, 오후 7시 본회의장 착석
한국당, 회기 결정 필리버스터 거부 文의장에 항의 ‘아수라장’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23일 밤, 국회 본회의장은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법안을 육탄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뚫으려는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국회 폭력을 엄벌하는 국회선진화법 덕에 무력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재확인시킨 밤이었다.
이날 오전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전격 결정한 이후 국회엔 종일 전운이 감돌았다. 4+1은 어렵게 합의안을 만들어낸 만큼 “오늘을 대타협의 슈퍼데이로 만들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각 당 지도부는 각 지역구로 흩어져 있는 의원들에게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법안 의결 정족수는 속히 채워지지 않았고, 당초 오후 3시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5시로 미뤄졌다가 6시, 다시 7시로 연기됐다.
끝내 ‘패싱’ 당한 한국당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잇따라 열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날로 13일째 본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연좌농성을 벌인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에게 “밟고 간다면 밟힐 것”이라고 했다.
‘결전의 시간’인 오후 7시가 되자 한국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에 한 줄로 길게 앉아 입구를 봉쇄했다. 의원들 앞으로는 ‘나를 밟고 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닥에 펼쳐진 채였다. 황 대표는 한가운데를 지켰다. 의원들은 ‘민주당과 좌파 위성정당=의석 나눠먹기’ ‘공수처법 날치기 결사반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민주당은 해체하라!” “역사에 죄를 짓지 마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러나 약 2분 뒤 나타난 4+1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장 정면 입구의 옆문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연좌 농성 중이던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옆문을 막아 섰지만, 4+1 의원 대부분이 회의장에 착석한 뒤였다.
본회의는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한국당 의원들의 국회 의장실 항의 방문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입장이 늦어지면서다.
진통 끝에 첫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안건이 상정되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문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적합하지 않다”며 한국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격분한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 주변을 둘러싼 채 “문희상 사퇴” “무제한 토론” 등을 쉬지 않고 외쳤다. 문 의장이 아들의 총선 공천을 위해 4+1 편에 서서 무리하게 의사 진행을 한다는 뜻의 “아들 공천” 구호도 계속 터져 나왔다. 찬반 토론을 신청한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의장은 반드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고 격하게 반발했다. 소란스러운 대치가 반복되면서 이날 상정된 안건 33개 중 첫 2개를 처리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충돌은 오후 9시 40분쯤 문 의장이 27번째 안건으로 상정돼 있던 선거법 개정안을 4번째로 앞당겨 상정하는 ‘의사일정 변경동의의 건’을 표결에 부치며 극에 달했다. 안건은 재석 의원 155명 중 152명의 찬성을 얻어 1분 만에 가결됐다. 문 의장은 이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겠다. 주호영 의원 먼저 나와 토론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습 일격을 당한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는 있는 대로 거칠어졌다. 이들은 삿대질과 함께 문 의장을 향해 “날강도” “양아치” “역사의 죄인”이라고 소리쳤다.
주 의원은 9시48분 “문 의장, 참 가지가지 한다”며 토론을 시작했다. 한국당의 사흘짜리 선거법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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