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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조원태, 공동경영 유훈 따라야” 경영권 정조준

입력
2019.12.23 18:35
수정
2019.12.24 01: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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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남매의 난, 경영 복귀 차단에 ‘예견된 충돌’

조현아ㆍ이명희 vs 조원태ㆍ조현민, 우호지분 싸움 예고

[저작권 한국일보] 한진그룹 지분경쟁 시나리오. 강준구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한진그룹 지분경쟁 시나리오. 강준구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부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이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남긴 마지막 유언과 어긋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최근 법률적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조 전 부사장의 이런 행보는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경우에 따라선 내년 3월 주주총회 직전까지 우호지분 확보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입장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조양호 회장은 지난 4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하면서 “가족들과 협력해서 사이 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을 남겼다. 본인이 승계 과정에서 벌어졌던 형제 간 다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외부세력으로부터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당시 상황에 대한 걱정으로 읽혔다.

부친의 사망 이후, 지난 4월 장남으로 사실상 한진그룹 수장에 오른 조 회장은 5월엔 동일인(총수) 지정 등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지난해 ‘물컵 갑질’로 한진그룹내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났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올 6월 한진칼 전무,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현재 한진칼의 대주주일 뿐, 3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권에서 배제된 상태다.

◇집행유예 판결에 살아난 경영복귀 ‘불씨’…임원인사 배제 영향도

사실,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 전 부사장이 최근 단행된 한진그룹 임원인사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일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를 받고 경영복귀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진그룹측에선 그동안 연말이나 연초에 실시해왔던 임원인사를 지난달 말 실시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사전 차단한 형태로 읽히는 대목이다. 앞서 경영에 복귀한 조 전무의 경우엔 지난해 10월 특수폭행, 업무방해에 대해 ‘협의없음’, 폭행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올해 2월 밀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각각 받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조 회장은 지난 뉴욕 간담회에서도 조 전 부사장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은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조 대표이사가)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비난했다.

◇조원태-조현아 ‘남매의 난’…3월 주총 ‘표대결’ 비상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측의 대립은 ‘남매의 난’으로 확산될 공산도 커졌다. 지분구조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28.94%다. 한진가 3남매 지분율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 전무 6.47% 등으로 비슷하다.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지분 5.31%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그레이스홀딩스(KCGI)의 지분율은 17.29%다. 델타항공과 대호개발은 각각 10%, 6.28%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룹 내 분위기를 고려하면 지난 6월 경영에 복귀한 조 전무는 조 회장과 한 배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룹 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이 전 이사장과 뜻을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은 공정위에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당시에도 법무법인에 함께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 소유의 지분율은 모두 11.8%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의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대호개발(6.28%) 지분율을 합치면 18.08%까지 늘어난다.

이목은 결국 ‘캐스팅보트’ 역할에 쏠리고 있다. 우선 델타항공은 조 회장 측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추가 매입하면서 조 회장의 ‘백기사’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과 델타항공이 손을 잡으면 지분율은 22.99%가 된다. 이 경우엔 조 전부사장과 이 전 이사장, 대호개발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역시 최대 변수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렸던 KCGI다. KCGI가 조 전 부사장 및 이 전 이사장과 함께하면 지분율은 35.37%까지 올라가게 된다. 이 경우, 경영권은 조 전 부사장 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반면 KCGI가 조 회장 측 손을 잡으면 지분율이 30.28%가 되기 때문에, 완벽한 승리를 위해선 또 다른 캐스팅보트가 필요하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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