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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춘재 8차, 국과수 실수 아닌 의도적 조작"... 재심의견서 23일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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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춘재 8차, 국과수 실수 아닌 의도적 조작"... 재심의견서 23일 제출

입력
2019.12.23 17:37
수정
2019.12.23 18:3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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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동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윤모(52)씨가 지목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도적인 조작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이 밝혔다. 다만 국과수가 어떤 목적으로 왜 조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시 감정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23일 이춘재 8차 사건 직접 조사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재심 사유가 인정돼 재심을 개시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서를 이날 오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재심개시 결정을 내린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국과수의 감정서 조작과 당시 경찰의 감금 및 가혹행위, 이춘재의 8차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자백) 등이다.

이춘재 8차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를 분석한 값. 국과수는 이 분석값을 빼고 스탠다드 값으로 둔갑시켰다. 검찰자료 캡처
이춘재 8차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를 분석한 값. 국과수는 이 분석값을 빼고 스탠다드 값으로 둔갑시켰다. 검찰자료 캡처

◇국과수 감정서 조작

검찰은 1989년 7월 24일자 국과수 감정서가 의도적으로 조작됐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1989년 2월 1일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를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분석 값(증거1호)을 받았다. 이후 용의선상에 있는 남성들의 체모를 분석해 그 값을 증거1호와 비교했다.

국과수가 스탠다드B의 분석값을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 분석값으로 둔갑시켰다. 오른쪽 셈플C 수치는 윤씨의 실제 분석 값이다. 검찰자료 캡처
국과수가 스탠다드B의 분석값을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 분석값으로 둔갑시켰다. 오른쪽 셈플C 수치는 윤씨의 실제 분석 값이다. 검찰자료 캡처

하지만 재심청구인인 윤씨의 체모 분석 값(증거2호)은 증거1호가 아닌 조작한 수치와 비교했다. 증거1호의 수치를 표준시료(STANDARD) 값으로 바꾼 것이다. 표준시료는 성분을 분석하는 기계의 오작동 및 오차범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분석 값으로서 쓸 수 없는 수치다.

더욱이 경찰은 윤씨의 증거2호 값도 제 3의 인물의 수치와 바꿔치기 했다. 증거1호로 둔갑한 표준시료와 비슷한 수치를 증거2호로 채택한 것이다.

국과수가 윤씨의 분석값과 바꿔치기한 제 3의 분석 값. 감정인은 이 수치에서 더하기 빼기를 통해 이미 조작해 놓은 증거1호 수치와 최대한 가깝게 조작했다. 검찰자료 캡처
국과수가 윤씨의 분석값과 바꿔치기한 제 3의 분석 값. 감정인은 이 수치에서 더하기 빼기를 통해 이미 조작해 놓은 증거1호 수치와 최대한 가깝게 조작했다. 검찰자료 캡처

국과수의 조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조작된 증거1호의 수치와 증거2호의 수치를 최대한 근접하게 플러스·마이너스해 맞춘 것이다. 증거1호의 수치가 높으면 오차범위 내 빼기로 낮추고, 반대로 낮으면 더하기를 해 높이는 식이다.

결국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 위해 현장 채취 체모 분석값(증거1호)과 윤씨의 분석값(증거2호)을 바꿔치기 한 것도 모자라 수치를 더하기빼기로 조작한 것이다.

국과수 감정인이 당시 현장 체모 분석값과 윤씨 체모 분석값을 조작한 뒤 숫차를 더하고 빼는 방법으로 수치를 비슷하게 맞췄다. 검찰자료 캡처
국과수 감정인이 당시 현장 체모 분석값과 윤씨 체모 분석값을 조작한 뒤 숫차를 더하고 빼는 방법으로 수치를 비슷하게 맞췄다. 검찰자료 캡처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의 당시 7월 24일자 감정서만 봐도 이건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감정인이 임의로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작성해 허위감정서를 만들었다는 전문가 의견도 받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윤씨의 체모 분석을 단독으로 의뢰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관이 2005년 미국으로 이민간 상태여서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조작해 작성한 2989년 7월 24일 감정서. 왼쪽 증1호는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의 분석값(실제는 스탠다드B형 수치), 증2호는 윤씨 체모 분석값(실제로는 제3의 인물의 수치)이다. 국과수와 경찰은 이 조작한 수치를 근거로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한 것이다. 검찰자료 캡처
최종적으로 조작해 작성한 2989년 7월 24일 감정서. 왼쪽 증1호는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의 분석값(실제는 스탠다드B형 수치), 증2호는 윤씨 체모 분석값(실제로는 제3의 인물의 수치)이다. 국과수와 경찰은 이 조작한 수치를 근거로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한 것이다. 검찰자료 캡처

◇가혹행위 및 불법구금

검찰은 당시 수사관과 검사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윤씨에 대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75시간을 감금하면서 잠을 재우지 않았다는 진술 받아냈다”며 “또 당시 검사도 불법구금을 알면서 영장을 청구한 과오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윤씨의 감정서가 조작된 것과 관련 “윤씨가 자백을 했고, 국과수의 분석값이 일치한다는 감정서가 나와 숫자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검사는 “(현장검증을 2차례 한 이유를) 윗선에서 너무 빨리 끝내는 것 같으니 한 번 더 하라는 지시가 있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은 23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윤모(52)씨가 지목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도적인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동 2차장 검사가 국과수의 조작 근거를 화면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수원지검은 23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윤모(52)씨가 지목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도적인 조작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동 2차장 검사가 국과수의 조작 근거를 화면을 통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이춘재의 자백

검찰은 이번 8차 사건의 재심청구는 이춘재가 범인이라는 것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윤씨가 범인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며 이춘재의 자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꺼려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범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너무도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며 “수사하는 입장에서도 범인이라고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현재단계에서 밝힐 수 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저작권 한국일보]본보가 단독 입수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왼쪽). 몽타주오 전체적인 이미지는 물론 쌍거풀이 없고 넓은 이마, 눈매 등이 매우 흡사하다. 이씨의 친모 김모씨로부터 이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자제공

검찰은 재심의견서 제출과 별도로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8차 사건 현장 체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위해 법원에 문서제출 명령과 감정의도 신청한 상태다.

앞서 지난 16일 체모 2점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재심 재판 중이고 공소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기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서 허위작성이 사실로 드러나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며 “미국으로 이민간 수사관, 이춘재, 국과수 감정인 등에 대한 추가조사도 계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재심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심 개시가 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 정기인사가 내년 2월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현재의 재판부가 개시 결정만 내리고 후임 재판부가 재심을 맡을지, 후임재판부가 개시와 진행을 맡을지 지금으로서는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모(당시 13세)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범인으로 윤씨가 검거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가 2009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이춘재가 8차 범행을 자백하면서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의 도움을 받아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의 의도적 조작이라는 입장에 경찰은 즉각 반박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현재까지 ‘스탠다드는 현장체모’이고, ‘샘플12(제3의 인물)는 윤씨 음모’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검찰의 논리는) 샘플12가 윤씨가 아닌 불상자라면, 당시에 그 불상자를 즉시 검거하거나 재감정 하면 될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무 관련 없는 윤씨 음모를 감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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