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주일대사, 기자단 간담회… “내년 대사관 우선 목표는 공공외교”
“우리는 일본 정부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집중하는데, 더 신경 써서 봐야 할 게 일본 국민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올해 5월 부임한 남관표 주일본대사가 켜켜이 쌓인 한일관계의 갈등 현안을 현지에서 지켜보며 진단한 결과다. 일본 대중 사이에 퍼진 혐한(嫌韓) 분위기가 양국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남 대사는 18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東京)를 방문한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정치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에 대한 심한 말을 하게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남 대사는 실제 일본 현지의 사례를 들었다. 서점에 반한 관련 베스트셀러 코너가 생기고, 일본 미디어에서도 혐한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일본의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서적 ‘반일종족주의’는 지난달 일본에서 출간 직후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위안부 화해ㆍ치유 재단’의 해산을 두고 일본 대중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자리잡았다는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남 대사는 내년 대사관의 최우선 목표로 “공공외교 확산”을 꼽았다. 일본인들의 일반 감정이 ‘한국에 반대’하는 쪽으로 흐를수록 한일관계를 정치로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경험이 기반이 됐다. 남 대사는 “정치, 언론, 전문가 등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 창출 사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일본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은 내년도 외교부 예산에도 반영됐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정책공공외교 예산이 올해 27억원에서 내년엔 7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중 대일외교 강화를 위한 ‘한ㆍ일 신시대 복합네트워크 구축’ 예산은 올해 12억원에서 내년엔 45억원까지 오른다.
정부의 한일관계 ‘투트랙 기조’는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대로 현명하게 처리하되, 한일 간 협력 관계는 구축해 나가겠다’는 게 요지다.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런 원칙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남 대사는 긍정적 결과를 전망했다. 그는 “한일은 제일 좋은 교역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미래산업 분야, 금융, 인적 교류 등 서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여건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공동취재단ㆍ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