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괴 사망으로 소멸한 듯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특히 2년 전 패퇴했던 이라크에서 정정 불안과 변화된 전술, 천혜의 자연환경 등을 발판 삼아 부활을 꿈꾸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쿠르드자치정부 및 서방 정보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 “IS가 이라크 북부에서 재건을 꾀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IS가 2014년 6월 북부 모술에서 ‘칼리프(이슬람 세계 최고지도자) 국가’를 선포한 핵심 터전이다. 2017년 7월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의 격퇴 작전에 밀려 모술을 떠난지 2년여 만에 조직 재건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현재 상황은 IS 부활에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대테러 고위 관료 라후르 탈라바니는 방송에 “IS 잔당이 이라크 북서부 햄린산맥에 숨어 활동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곳은 험준한 산세에 동굴도 많아 테러세력 입장에서 은신은 용이한 반면, 수색과 통제는 어렵다고 한다. 점조직으로 활동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이라크의 정치적 혼란상도 IS의 준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두 달 넘게 실업난과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중이다. 해묵은 난제인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의 독립 문제와 관련, 이라크와 쿠르드군 간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BBC는 “시위 사태를 야기한 소수집단의 소외감을 악용해 세력을 확장하는 건 IS의 친숙한 수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이라크와 쿠르드 양측이 내부 문제에 골몰하는 사이, IS가 무주공산이 된 북부 지역에 다시 똬리를 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직도 속속 보강되고 있다. 쿠르드군 정보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을 포함해 시리아 국경을 넘어온 100여명이 이라크 IS 세력에 합류했다. 쿠르드 정보당국은 IS 전사 4,000~5,000명을 합쳐 이라크에서만 1만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은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해 사태 악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윌리엄 실리 미군 이라크 기동부대 사령관은 “미군은 IS가 이라크 3분의1을 장악하고 모술을 점령했던 2014년보다 더 잘 대비하고 있다”면서 “지난 6개월 동안 IS 병력을 가장 많이 본 게 15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군이 지난 10월 IS의 최후 거점 시리아에서도 급작스레 철군을 결정해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과 포로 탈출 사태를 부른 만큼, IS의 세력 확장을 이대로 방관하다간 새로운 국제테러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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