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경찰대학장 내정자 단 1명
6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치안정감 탄생
경찰 역사상 두 번째로 여성 치안정감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이은정 경찰대학장 내정자입니다. 정부는 23일 8명의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는데요, 경찰대학장(치안정감)에 이은정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이 내정됐습니다. 여성이 치안정감 자리에 오른 건 2013년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치안정감이 어느 정도 위치기에 이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거냐고요? 경찰 계급은 총 11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경찰청장이 치안총감으로 가장 높은 계급이고,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감, 총경 등 순으로 구분됩니다. 지방청 차장급인 경무관부터 무궁화 5개를 5각으로 연결한 태극무궁화(큰 무궁화)가 부여됩니다. 경무관은 태극무궁화 1개, 치안감은 2개, 치안정감은 3개, 치안총감은 4개입니다. 군에서는 장군이 되면 ‘별을 단다’고 하지만 경찰에서는 중요 간부로 승진하면 ‘큰 무궁화를 단다’고들 합니다.
치안정감은 치안총감(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경찰 조직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계급입니다. 경찰 조직 내에서 치안정감은 딱 6명입니다. 경찰청 차장, 서울지방경찰청장,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부산지방경찰청장, 인천지방경찰청장 그리고 경찰대학장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들 6명은 다음 경찰청장의 잠재적 후보군이기도 하죠.
사실 경찰 내에서 여성 고위직은 극소수였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여성 치안감은 전체 28명 중 1명이었습니다. 1년 전 통계이니, 그 1명은 지난해 7월 치안감으로 승진했던 이 내정자라고 볼 수 있죠. 통계상 지방청 차장급인 경무관은 0명, 경찰서장급인 총경은 전체 565명중 14명으로, 2%대에 불과하고요. 여성이 경찰 고위직에 오르기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전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일선서 과장급인 경정과 일선서 계장급인 경감은 그나마 여성의 비율이 높습니다. 경정은 2,632명 중 134명으로 5% 수준, 경감은 9,640명 중 615명으로 6%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많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렇기에 여성이 치안정감 자리에 오른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 내정자는 하급 계급인 경사에서 치안정감까지 오른 거라 매우 고무적입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나온 이 내정자는 1988년 경사 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인천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강원 영월경찰서장, 경찰청 외사정보과장, 서울 마포경찰서장 등을 단계적으로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례입니다. 경찰 내 대표적인 여성 수사통이자 온화하면서도 강력한 업무추진력을 보여줘 대내외적인 신뢰가 두텁다는 평도 나옵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은 전통적으로 남성이 많이 활동하던 직종이라 여성이 치안정감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며 “역량을 쌓고 능력을 발휘하는 여경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찰 내ㆍ외부에서 인정받는 경우가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내정자의 치안정감 승진은) 여성도 그만큼 승진할 수 있다는 일종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내정자가 경찰청장 자리에 오른다면? 사상 첫 여성 경찰 책임자가 탄생하는 것이겠죠. 한 여성 경찰 간부는 “경찰청 경무국장 시절 경찰대 개편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평들이 많다”라며 “여성 경찰들의 역할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라고 전했습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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