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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황교안의 ‘비호감’ 탈출법

입력
2019.12.23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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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비호감 조사 현실 정치인으론 1위

장외 투쟁 일변도에 극우와 손잡은 오판

색깔론과 진영논리 의존하면 총선 못이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상자 7명 가운데 6위(18%)로 나타났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비호감도 조사로, 황 대표(67%)는 안철수 전 의원(69%) 다음으로 높았다. 안 전 의원이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 정치인 가운데 황 대표의 비호감도가 가장 높다는 얘기다. 비호감이 호감보다 네 배 가까이 높다는 것은 대중의 지지를 존립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황 대표는 왜 이렇게 유권자에게 인기가 없는 걸까.

정치 입문 10개월의 ‘신인’인 황 대표에게서 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삭발과 단식, 길거리 투쟁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이 한번 할까 말까 한 극단적 행동을 짧은 기간에 죄다 보여준 셈이다. 요즘은 콧수염을 기른 모습에 점퍼와 운동화 차림으로 국회에서 ‘숙식 농성’을 하고 있다. 한때 절제된 언행이 장점으로 꼽혔던 법률가이자 국무총리 출신 야당 대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투쟁력 있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를 내보이려는 황 대표의 의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당 내부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좀처럼 성과가 없다 보니 극우 성향의 ‘태극기 부대’를 끌어들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극약 처방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당 의원들에게는 “절절함이 없다”며 군기잡기에 나섰다. 오죽하면 핵심 당직자가 페이스북에 “당이 검찰처럼 굴러간다”는 비판의 글을 올리겠는가.

원외 당 대표로서의 한계와 ‘4+1 협의체’에 맞설 수단 부재라는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강경 일변도 전략이 황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잘 따져봐야 한다. 선거는 집토끼 단속은 기본이고 산토끼를 얼마나 우리 편으로 만드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황 대표는 중도 유권자를 잡기는커녕 집토끼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류 보수마저 등을 돌리게 한다. 소수의 열성적 지지자만을 바라보는 정치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 국면을 이념 대결로 몰아간 것도 실책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은 좌파 독재 완성 플랜”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유권자 지지만큼 의회 권력을 배분하자는 취지의 선거법 개혁은 ‘누더기 법안’으로의 변질이 문제지 ‘반의회주의 악법’으로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검찰 권력 견제를 위한 공수처법은 정권의 입김 통제에 투쟁의 초점을 맞춰야지 ‘우파 말살 기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국 사태’ 때 여권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섣부른 진영 논리에 스스로를 가뒀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그 실패 사례를 보고서도 색깔론과 진영 논리를 좇는 것은 어리석다.

야당의 가장 좋은 선거 전략은 정권 심판론이다. 현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전략은 없다. 그런데도 진영 논리라는 고루하고 퇴행적인 수법에만 매달리니 “문재인 정부가 야당 복으로 견디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황 대표가 극우 기독교 단체와 손잡는 모습도 ‘비호감’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지금의 황 대표를 보면 스스로를 ‘종교 전쟁’이나 ‘성전(聖戰)’을 이끄는 구원자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본주의에 가까운 종교적 신념을 정치에 투영하려는 위험한 징후에 개신교 주류들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과거 민주화 시위 때 장외 투쟁을 하면서도 의회 안에서 협상도 하고 때로는 물러날 줄도 알았다. 황 대표는 공당의 지도자로서 의회정치는 외면하고 오직 투쟁을 위한 투쟁만 하고 있다. 정치인의 ‘비호감’은 대중이 요구하는 기대를 외면하거나 거스를 때 커지기 마련이다. 유권자들이 야당에게 원하는 게 뭔지를 황 대표는 도통 모르고 있다.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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