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사상 첫 위성을 발사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72달러(약 90만원)에 불과한 세계 139위 수준의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었을까.
답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20일 산시(陝西)성 위성발사센터에서 광대역 다목적 원격감지 마이크로위성을 발사했다고 중국 매체들이 23일 전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 가운데 기후변화에 관한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위성 발사도, 위성 운영도 모두 중국의 자금과 기술로 진행해 에티오피아에 공짜로 안긴 것이다. 최빈국 에티오피아에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이다. 이로써 중국의 ‘우주 굴기(崛起ㆍ우뚝 섬)’는 아프리카 대륙으로 지평을 넓혔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위성을 농업, 채굴, 환경 보호, 지구 관측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극심한 가뭄과 날씨 변화로 식량난이 빈번한 터라 기후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에티오피아 과학자 21명이 참여해 독자 기술 개발 등 훗날을 도모할 여지도 남겼다.
사실 아프리카에선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알제리, 모로코 등 10개 국가가 이미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하나같이 유럽의 우주ㆍ방위분야 업체들이 아프리카의 위성과 통신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무상으로 기증한 것이다. 우주사업에 뛰어들려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야망과 서방 기업들의 상업적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에 비해 에티오피아는 협력 파트너로 중국을 택했다. 인구 1억명의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서구의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은 국가라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대규모 ‘차이나 머니’를 쏟아부은 결과이겠지만, 중국이 에티오피아의 자부심을 절묘하게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에티오피아는 서방 측에 위성 운영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면서 “위성 발사는 물론 인재 양성과 경험 공유, 지상 감시시스템 구축을 통해 에티오피아의 종합적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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