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특별 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퇴임 후 자동으로 자격을 갖게 되는 헌법재판소 위원직도 포기하기로 했다. 18일째 이어지는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로 읽히지만 노동계는 요지부동이다.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 등은 22일(현지시간) “대통령 특별연금을 포기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직종ㆍ직능별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을 반영하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 재정부담은 줄인다는 목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먼저 모범을 보여 제도 개편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당시 제정된 관련법에 따르면, 임기를 마친 대통령은 연령과 무관하게 월 6,220유로(세전 800만원 상당)의 특별 연금을 받게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특별연금을 없애고 전직 대통령도 보편적 단일연금 체제의 적용을 받게 하면서 자신부터 대상에 포함토록 한 것이다. 그는 퇴임 이후 자동으로 갖게 되는 헌법재판소 종신 위원직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연금과 수당을 합쳐 월 2,500만원 상당의 급여를 포기한 셈이다.
이는 전국적인 연금개편 반대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현재 프랑스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려 한다”며 정부의 연금체재 개편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항의의 의미로 프랑스 철도노조는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데 1995년 이후 25년만에 가장 강력한 파업으로 평가된다. 이날도 프랑스 국철(SNCF)이 운영하는 전국 고속철(TGV) 운행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고강도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코트디부아르를 방문 중인 그는 전날 프랑스 노조를 향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을 맞아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가 연금개편안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라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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