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명함으론 선거 유세 못해 비례한국당 간판 카드 만지작
자유한국당이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 + 가칭 대안신당)가 밀어붙이는 선거법 개정에 대항하기 위해 꺼내든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이른바 ‘비례한국당’ 창당 카드의 충격파가 심상치 않다. 4+1 측은 “괴물” “기형 정당”이라며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물밑에선 파급력을 속단하기 어려운 비례한국당의 출현을 막을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당은 4+1의 맞대응까지 상정, 황교안 대표의 비례한국당 ‘셀프 파견’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선거운동을 하려면 비례대표 등록을 전면 포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 이 정당의 비례대표ㆍ지역구 후보 등은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서다.
다만 선관위는 한국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을 경우와 관련해서는 “지역구 후보자가 아닌 해당 정당 대표 등 간부가 다른 정당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지는 세부적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며 해석을 유보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이를 토대로 “황 대표나 심재철 원내대표 등 주요 간부들이 (비례한국당 지원유세를 하려면) 지역구 후보 등록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모두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지만, 4+1에선 그 작은 가능성마저도 없애기 위한 방안이 여럿 언급되고 있다. 소수정당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 후보를 내는 정당은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정당의 당명은 다른 당과 혼동을 줘서는 안 된다’ 같은 조항을 선거법 개정 때 새로 넣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위성정당에 몰아주는 게 불가능하고, 비례한국당과 같은 비슷한 당명도 달 수 없게 된다.
이런 여러 제약들을 감안, 황 대표가 비례한국당으로 직접 파견되는 시나리오가 한국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한국당 대표이자 보수진영 유력 대선주자인 그가 직접 비례한국당의 ‘간판’으로 뛰면 그 자체로 강력한 홍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대표의 솔선수범은 비례한국당으로의 당적 변경이나 입당을 주저하는 인사들을 설득하는 명분도 된다. 당 일각에서 ‘험지 출마’ 요구를 받는 황 대표 입장에서도 무리해 지역구 출마를 강행할 필요가 없어지는 카드이기도 하다. 물론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꼼수”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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