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인으로 자리 채운 당 중앙군사위 회의 공개
구체적 내용 언급 안 해… 전원회의서 방향 드러낼 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 군부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여서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군사력 강화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측면이 있다. 다만 1월 1일 신년사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당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확대회의를 지도하시었다”며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밝혔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군사 분야의 모든 사업을 조직ㆍ지도하는 기관이다.
이번 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는 군(軍) 중심으로 재편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회의장 맨 앞줄 ‘주석단’에는 김수길 군 정치총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최부일 인민보안상, 박정천 총참모장 등이 자리를 잡았다. 이는 통일부가 지난해 4월 20일 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과를 반영해 발표한 중앙군사위 명단(14명)과 차이가 크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비(非)군부 인사가 빠지고 군부 인사들이 그 자리를 채운 것으로 추정된다. 또 9월 회의 때는 인민복을 입은 당 간부들이 상당수 참석했지만, 이번엔 참석자 대부분이 인민군 정복을 갖춰 입은 군 간부로 파악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내각과 당 간부 비중을 축소한 것은 이번 회의에서 핵ㆍ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와 관련해 중요한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최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단거리 4종 세트’의 실전 배치와 관련해 전략군과 포병 역할을 조정하는 식으로 군 조직 개편이 진행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용이 무엇이든 이번 회의는 군부에 힘을 싣는 방식으로 대미 강경 노선을 경고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말로 예정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북한이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지 선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며 미국과 ‘강 대 강’ 대치 국면을 조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전 통일부 차관)는 “최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한중일 3국을 방문하며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던지는 등 북미 간에 완전히 서로 등을 돌린 상황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곧바로 고강도 도발에 나서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던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23~24일 중국에서 한중일 간 연쇄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을 난처하게 만드는 도발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실제 북한은 이번 회의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메시지 수위를 조절했다. 김 위원장이 “조성된 복잡한 대내외 형편에 대하여 분석통보하셨다”며 ‘정세변화 흐름’, ‘우리 혁명 발전의 관건적 시기의 요구’ 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결국 북한은 26일을 전후해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새로운 길’의 방향을 수립하고,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1월 1일)를 통해 발표한 이후 미국 반응을 살피며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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