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과 교보생명이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공정거래법상 규정을 어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들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분 출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공정위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금융 계열사를 통해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편법 확대하는 건 아닌지 주시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의 2016~2019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소속 금융ㆍ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실태 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림 소속 금융 계열사인 에코캐피탈(11회)과 교보생명 소속 KCA손해사정(7회) 등 2개사가 비금융 계열사인 팬오션, KCA서비스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규정을 어겼다. 공정위는 에코캐피탈에는 시정명령, KCA손해사정에는 경고 조치를 각각 내렸다.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ㆍ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신 △금융ㆍ보험업 운영을 위한 때 △보험자산의 효율적 운용ㆍ관리를 위해 보험업법 등의 승인을 받았을 때 △비금융 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 임원 임면, 정관 변경, 합병 등을 결의할 경우(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15% 이내)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공정위는 두 집단을 포함해 28개 금융ㆍ보험사(11개 집단 소속)와 이 회사가 출자한 36개 비금융 계열사 등 총 64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금융ㆍ보험사가 최근 3년간 비금융 계열사의 주주총회에 의결권을 행사한 횟수는 총 165회로 집계됐다. 의결권 행사 횟수는 2013년 조사 당시 134회, 2016년 조사 때는 158회에 이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금융ㆍ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사 수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집단(금융ㆍ보험사를 소유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7개가 79개 금융ㆍ보험사를 통해 41개 비금융 계열사 지분(4,800억원 규모)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6년 조사 당시 50개 금융사(13개 집단 소속)가 28개 비금융 계열사 지분(2,900억원 규모)을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늘어나고 위법한 의결권 행사 수도 2016년 조사에 비해 증가했다”며 “금융ㆍ보험사를 통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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