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22일 北 노동자 송환’ 시한]
베이징 한복판선 아랑곳 않고 영업
“북중 접경지 등엔 북한 주민 더 많아”
일부만 귀국… 中 당국, 사실상 단속 안 해
관광 공무 연수 등 편법체류도 가능
“그럴 일 없습네다.”
21일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한 식당 옥류관. 계산을 하면서 ‘내일(22일) 다 북한으로 돌아가야 한다던데’라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직원이 단호한 말투로 맞받아쳤다. 쳐다보는 얼굴에는 경계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다른 직원에게 ‘다음주에도 영업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사흘 전 찾았을 때 연말 대목 시즌을 맞아 “계속 찾아주시라”며 예약을 권유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도 무대에서는 30여분간 북한 노래와 춤, 악기 연주가 이어졌다. 공연 전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식당은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 관광객 수십명이 단체로 들어와 자리를 잡자 이내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뒤쪽으로 드문드문 빈 자리가 눈에 띌 뿐 100여명의 손님들이 1층을 가득 메웠고, 직원들은 테이블 사이를 바삐 오갔다. 무대 위 여성은 “반갑습니다, 우리 다시 만납시다”를 연발하며 흥을 돋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2월 22일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꼭 2년 후인 이달 22일까지 회원국이 북한 해외노동자를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명시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는 10만여명이고 이들의 외화벌이 소득은 최대 연 5억달러(약 5,800억원)로 추산된다. 이 중 절반이 중국에 머물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전후로 유엔에 제출한 중간보고서를 통해 “북한 노동자 절반 이상을 돌려보냈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옥류관을 비롯해 북한 식당 4,5곳은 별다른 동요 없이 영업 중이다. 대북 소식통은 22일 “수도 베이징 한복판이 이 정도면 북중 접경지역이나 산골 깊숙한 곳에 있는 공장 등지에서는 상황이 어떨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의 구멍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 당국의 단속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의 2397호는 해외에서 ‘돈을 버는’ 북한 주민들만 규제하는 터라 취업이 아닌 관광이나 연수 목적으로 중국에 다시 올 경우 차단할 도리가 없다. 공무여권인 경우에는 중국에서 한달간 무비자로 머물 수도 있다. ‘돌려 막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소식통은 “유엔 제재를 피해나갈 구석이 많아 중국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며 “내년 3월22일 최종보고서 제출 때까지는 어정쩡하게 현 상태를 유지해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오히려 무상원조와 대북관광을 지렛대로 북한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중국의 대북 무상원조는 3,513만6,729달러(약 410억6,400만원)로 연간 규모에서는 지난해 5,604만8,354달러(약 655억300만원)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7월까지 북한 접경지역 단둥의 중국인 관광수입은 333억4,000만위안(약 5조6,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 호황이라고 봉황망은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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