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기반 취약한 송철호 후보 단독공천
경선 시 경쟁력 약한 송 후보 밀어주기?
후보자 회유 등 드러나면 큰 파장 불가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 의혹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현 송철호 시장이 단독 공천받은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 울산 부시장의 업무수첩에 ‘당내 경선에서는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데다, 임동호 민주당 전 최고위원의 친동생이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돼 ‘대가성 보은인사’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2월 13일 당시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이었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2016년 8월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에 오른 임 전 최고위원은 2005년 3월 열린우리당 울산시당 위원장을 지내는 등 민주당 울산지역 터줏대감으로 단연 민주당 시장후보 1순위로 꼽혀왔다.
2017년 7월 민주당 최고위원에 오른 그는 중앙당과의 인맥도 탄탄해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 무렵인 같은 해 2월 28일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같은 법무법인 소속 대표변호사인 심규명 전 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도 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경선대열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민주당 중앙당은 같은 해 4월 3일 임동호 심규명 송철호 등 세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경선 없이 송 시장을 시장 후보로 단독 공천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에 따라 임 전 최고위원과 심 전 위원장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5번 탈당해 당적을 수시로 변경한 송 후보는 후보 자격이 없다”며 “이는 ‘당 정체성이 의심되는 자를 단수로 선정해서는 안 된다’는 당헌ㆍ당규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당시 민주당 울산시당 주변에서는 당에서 활동한 이력과 기반이 두 사람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송철호 후보가 경선 없이 단독 공천된 것은 경선을 할 경우 경쟁력이 없어 이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 내용과도 상응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당내 경선을 할 경우 선거분위기 확산 등의 이점이 있을 것으로 관측돼 중앙당의 단독공천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탈락한 두 사람은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단독 공천을 반대하는 당원들은 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단독공천 무효를 주장한 기자회견을 한 지 닷새 만에 돌연 “중앙당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임 전 최고위원과 심 전 위원장이 단독후보 공천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시 내막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공공기관 상임감사로 임명된 임 전 최고위원의 동생은 민주당 울산시당 활동 외에는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 비 전문가 출신이어서 의혹이 확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법원은 지난 판례를 통해 후보자 매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판결하고 있어 관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사건은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건 검찰수사는 송철호 울산시장에 대한 소환만 남겨 놓은 것으로 알려져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송병기 울산시경제부시장을 이미 세 차례나 조사한 데 이어, 임 전 최고위원도 두 차례 소환해 진술을 확보하는 등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어 조만간 송철호 울산시장을 불러 청와대 등 여권과의 관련성에 대한 확인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