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집회일까요”
21일 청와대 인근 집회에 항의하는 서울맹학교 학부모들의 집회에 참석한 강윤택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대표가 “장애인들도 사회적 약자로서 사회에, 청와대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많다, 어떤 이유로든 집회는 할 수 있다”며 덧붙인 말이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서울맹학교 학부모들과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등은 ‘무분별한 집회에 대한 부모들 대응 집회’를 열고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과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집회 주최 단체들에게 상생을 호소하고 나섰다.
눈발이 휘날렸지만 서울맹학교 졸업생ㆍ재학생과 학부모 등 20여명은 ‘폭력과 욕설히 난무한 집회는 용서 못한다’, ‘우리를 밟고 가라’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든 채 그동안 쌓인 울분을 토했다. 앞서 청운효자동 주민과 서울맹학교 학부모 등의 집회 금지 요청이 이어지자 경찰은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민주노총 산하 톨게이트 노조 등에게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등 집회 제한통고를 했다. 하지만 범투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찰 해산명령에도 불응한 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경숙 학부모회장은 “특히 범투본 측과는 두 차례 면담도 했지만 ‘나라가 이 지경인데 시국이 중요하지 자식이 중요하냐’는 등의 말만 듣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제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집회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집회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방과 후 보행수업마저 중단된 상태”라며 “최근의 무분별한 집회는 저희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는 만행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학부모 강복순씨 역시 “범투본 측에 아이들 기말고사 기간이니 도와달라, 공문도 보내고 대화를 하자고 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시각장애인 아이가 집회 참가자에게 ‘눈도 아픈데 왜 돌아다니냐’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날 집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바로 옆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리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국본) 등 보수단체가 행진해 오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함성으로 마치겠습니다, 투쟁”이라 외치는 확성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학부모들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려는 보수단체를 막아서자 “정신차려라 빨갱이들아”등 욕설이 들려오기도 했다.
발언에 나섰던 강 대표는 “집회 자체를 막자, 혹은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옳다, 그르다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탁을 해봐도 바뀌는 것이 없고,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에게 욕설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많아지는 등 개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집회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집회 주최 측이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전력을 다해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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