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220. 두 살 남매 수컷 봄이, 암컷 여름이
코리안쇼트헤어 종 봄이(2세ㆍ수컷)와 여름이(2세ㆍ암컷)는 2017년 봄 경기도한 군부대 내에서 생활하던 어미 고양이 겨울이에게서 태어났습니다. 겨울이는 어느 날 부대 내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던 ‘캣군인’이 돌보기 시작하면서 군부대 주변을 떠나지 않고 생활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워낙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가 많아 집고양이로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중 군인은 겨울이의 한쪽 귀에 고름이 가득 차 있는 상태를 발견하고 병원에 데려갔는데요, 귀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검사 도중 다른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겨울이 뱃속에 세 마리의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던 겁니다. 겨울이를 돌보던 군인은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커졌습니다. 군부대 내는 물론 군부대 주변에도 새끼 고양이들을 돌볼만한 환경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와 뱃속 새끼 고양이에게 안전한 쉼터를 찾아주고 싶었던 군인은 유기동물을 돕는 자원봉사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유행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유행사 봉사자들은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겨울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리고 구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이는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낳았고, 가족 모두가 입양처를 찾았습니다.
봄이와 여름이는 그 해 함께 한 가정에 입양을 갔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여기까지는 겨울이 가족의 해피엔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11월 봄이와 여름이는 가족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봄이와 여름이를 돌보던 가족이 해체됐기 때문입니다. 남은 가족이 두 남매를 돌봤지만 잦은 출장과 야근으로 더 이상 돌보기 어렵다며 유행사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렇게 두 남매는 2년 반 만에 다시 유행사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두 남매 고양이에게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들을 키웠던 가족에 따르면 가족이 퇴근하고 오면 현관으로 나와 반겨주고 잘 때도 함께 자는 애교 많은 고양이 남매였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갑작스럽게 헤어진 충격이 큰 탓일까요. 봄이는 이후 밥을 먹지 않아 병원에서 강제급여까지 받아야 했고, 여름이는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봄이와 여름이는 임시보호처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있는데, 워낙 의기소침해 있는 상태라 다른 고양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있어 봉사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최근 1인가구가 늘고 노령화하고 있으며 이혼 등 가족 해체로 가정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가정 형태의 변화에 반려동물도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특히 사람과 동물이 함께 나이 들면서 노인이 노령동물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봄이와 여름이처럼 가족이 해체되면서 반려동물이 갈 곳이 없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을 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봄이와 여름이는 서로 의지하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때문에 유행사 봉사자들은 가능하면 둘이 같이 입양을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기 전, 봄이 오기 전, 봄이와 여름이가 파양의 아픔을 딛고 평생 가족을 만나 애교냥이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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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문의: 유행사 https://www.instagram.com/yuhengsa/?h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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